시작은 늘 성도가 맡는다.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관계에 대해 주님께 기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정작 주님과 나의 관계를 고민하는 기도는 적습니다. 교우 여러분, 주님과 관계를 되돌아보는 하루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어 묵상을 돕는 찬양이 나오고 성경을 봉독한 뒤에야 목회자의 음성으로 말씀 강해가 이어진다. 8~9분짜리 영상 형식이지만, 성도와 목회자 얼굴은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 등장한다. 최대한 경건하게 묵상을 도우려는 의도다. 광주다일교회 성도들이 지난 7월부터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매일 제작해 공유하는 영상 큐티 데일리브레드(Daily Bread) 이야기다.
김의신(57) 광주다일교회 목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평신도가 주도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토론했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가 일용할 양식을 뜻하는 데일리브레드였다. 3년 전부터 김 목사가 카카오채널을 통해 전 교인에게 발송해 온 문자 형식의 큐티를 영상으로 제작하되, 목회자 홀로 전하는 형식이 아닌 성도들이 돌아가면서 목소리로 제작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지난 4일 광주의 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데일리브레드를 만든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코로나19는 목회자에게 생각의 전환을 요구했는데, 교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비대면 상황에서 예배에 나오지 못할 때 신앙의 체질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흩어지는 교회가 아니라 모이지 못하는 교회인 이때, 의존적 신앙에서 의지적 신앙으로 나아가는 방법은 뭘까. 목회자가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수동적 모습이 아닌 평신도가 적극 참여하는 형식이 필요했고, 그래서 전 성도가 돌아가면서 등장해 데일리브레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토요판은 특별히 가족 단위로 나와 아빠가 찬양을 소개하고 딸이 말씀을 읽는 식입니다. 비대면 시대 성도들은 이를 통해 새벽기도를 하고 학교와 병원에서 동료들에게 말씀을 전합니다. 차에서 듣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날의 말씀을 필사해 카카오톡으로 보내오는 성도들도 계십니다.”
교회 1층 북카페에서 만난 서지원 권사도 데일리브레드에 대해 “말 그대로 매일 받아보는 하루의 양식”이라며 “절제된 영상에 차분한 목소리로 진행돼 차 안에서 블루투스로 듣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광주는 지난 7~8월 9명 이하만 집합이 가능할 정도로 엄격한 코로나19 통제를 경험했다. 광주다일교회는 건강한 중형 교회를 표방하며 목회자가 450명 성도와 일대일로 연결돼 마을 목회 우수사례로 꼽혀 왔지만, 코로나19 이후 예배 참석 인원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런데도 예산과 사역 계획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올해 아낀 교회 행사비 등으로 지난봄 대구지역 코로나19 돕기와 여름 전남 구례지역 수해 보듬기를 하는 등 구제에는 더 많은 지출을 감당했다.
광주다일교회는 최근 정책 당회를 열어 생태환경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발병 원인으로 꼽히는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에 맞서 교회의 일상적 실천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다.
김 목사는 “코로나19로 생겨난 빈 곳을 조급하게 회복하는 것보다는 교회의 본질을 성찰하는 게 중요하다”며 “말씀과 기도로 성도들과 함께 신앙의 성숙을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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