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으로 미국 정권 교체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미국 민주당과의 네트워크 복원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우리는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집권당인 미국 민주당과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사이 커넥션이 상당부분 희석된 탓이다.
특히 미 외교가 일각에서는 국회 외교안보 핵심 포스트에 중국통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데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제적으로 바이든 캠프와 접점을 넓힐 것을 주문했다.
미 행정부에 정통한 외교가 인사는 10일 “앞으로 한국 국회 민주당 권력이 수년간 갈 텐데 주요 포스트에 중국통 인사들이 매우 많다”며 “미 조야 인사들 사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국회 내 주요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원회, 민주당 지도부에 중국에 정통한 분이 많아 미 행정부가 정서적 온도차를 느끼고 있다”며 “미국은 절대 겉으로 표를 내지 않는다.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바이든 당선인 인맥을 발굴,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국회 상임위 주요 보직에는 중국통 인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의원,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중국 유학을 다녀온 대표적 중국통이다. 국회 국방위 간사인 황희 의원도 이광재 의원 등의 주재로 중국을 여러 차례 다녀오면서 신(新) 친중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박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간사 역시 중국 우한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국회 외통위와 국방위는 미국에 가장 중요한 상임위”라며 “이들에 중국통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미국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송 위원장은 민주당 한반도TF 단장을 맡고 있고, 김 의원과 황 의원도 TF 소속이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는 노웅래 최고위원이 중국통으로 꼽힌다. 노 최고위원은 2008~2009년 중국 베이징대 국제정치대학원에서 연구학자를, 2009년 중국 우한대 국제정치학과 객좌교수를 지냈다. 이해찬 전 대표도 대표적 친중파다. 2017년 대중 특사 자격으로 방중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면담했고 리커창 총리와도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건 중국의 저인망식 외교 저변 확대다. 이 소식통은 “20, 21대 국회에서 중국통 의원들의 중재로 많은 초·재선 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했다”며 “미 외교가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신중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대표적 친미 인사인 김병주 의원이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같이 갑시다” 건배사로, 이수혁 주미대사는 ‘한·미동맹 선택’ 발언 등으로 미 행정부를 자극한 바 있다.
민주당은 그러나 이 같은 도식적 분류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송영길 한반도TF 단장은 “김대중·노무현정부 10년 동안 민주당이 만들어온 네트워크가 건재하고, 나아가 부시·트럼프 행정부와도 외교적 소통을 확대하고 인적자산을 만들어온 바 있다”며 “단순히 해외유학 국가 등을 두고 분류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영호 의원도 “미국 내 싱크탱크와 학계, 대선 캠프 참여자들과도 공고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며 “외교부도 공공외교를 통해 바이든 당선인 측과 관계를 잘 만들어온 만큼 필요하면 외교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강준구 양민철 이가현 박재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