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특활비 법무부가 배분한다는 건 초법적 발상이다

입력 2020-11-11 04:01
법무부가 9일 검찰의 특수활동비를 일선 지검에 직접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대검찰청에서 있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와 검찰에 대한 특활비 현장 점검이 끝난 뒤 “지금처럼 문제 제기가 계속되면 특활비도 일반 예산처럼 직접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법무부가 특활비 배정 권한을 갖겠다는 것은 일선 수사에 개입하겠다는 것과 진배없다. 검찰의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나 이에 준하는 활동에 쓰는 경비다. 수사 대상이나 수사 기법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용 내역을 공개할 의무도 없는 특수 비용이다. 이런 특활비를 법무부가 일선 지검에 직접 배분하려면 현재 대검이 하듯 수사에 소요되는 경비를 알아야 가능하다. 결국, 특활비를 제대로 배분하려면 수사 상황을 파악하는 등 직간접적 개입이 불가피해지는 셈이다.

더욱이 수사 활동과 직결된 예산의 배분권을 행정부처가 갖게 되면 수사의 중립성과 수사기관의 독립성이 침해된다. 배분받는 특활비 규모에 따라 수사가 활기를 띠거나 위축될 수 있어 각 지검은 법무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행정부의 간여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법무부 장관조차 개별 사건에 한해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수사지휘를 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법무부의 특활비 배분 주장은 이런 법 정신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다.

전날 야당 법사위원으로부터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받자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하나의 아이디어 차원이지 그렇게 하겠다고 하는 건 절대 아니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법을 다루며 국가 소송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법무부가 버젓이 초법적 발상을 하는 자체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최근 여권에서는 월성원전 1호기 관련한 검찰 수사 등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후 6건의 개별사건에 대해 수사 지휘권을 발동했고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를 겨냥해 감찰권을 잇따라 동원하고 있다. 법무부의 이번 발상이 여권의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것이라면 매우 우려스럽다. 수사의 중립성은 이번 정부뿐 아니라 진보가 됐든 보수가 됐든 앞으로의 정부도 지켜나가야 할 가치다. 법무부는 황당한 발상을 즉각 멈추고, 정치가 수사 검찰을 덮는 데 일조하는 행태는 꿈도 꾸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