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되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단 하루도 메모하지 않는 날이 없다. 매일매일 무언가를 적는다. 중요하지 않은 문장일지라도 꾸준히 적어 내려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미래를 계획하는 일에도 흥미를 붙이게 됐다. 계획을 세워놓고 계획대로 움직이면 훗날 후회를 덜 하게 되며 도전 앞에서 두려움과 실수가 적어진다. 최근에도 5년 치의 계획을 미리 세워뒀다. 강한 나의 의지와 약간의 운만 따라준다면 계획한 삶을 그대로 이뤄나갈 수 있다.
메모하는 것을 귀찮아하던 시기에는 하루하루 되는대로 살아가곤 했다. 그리고 추억은 기억으로만 남겨두면 된다고 생각했다. 해가 지날수록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 갔고, 그나마 뚜렷하게 떠오르던 추억들은 대부분 왜곡되거나 사라지게 됐다. 추억을 남긴답시고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글로 남기는 게 중요하다.
계획한 대로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게 된 계기는 영감을 얻기 위해서였다. 시를 알려주신 선생님께서 매일 동일한 시간에 글을 써야 영감이 찾아온다고 했다. 영감도 하나의 인격체와 같아 특정 시간을 정해주고 서로 약속을 해야 찾아와준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오후 4시에 글 쓰는 습관을 들였다. 그렇게 2년 정도 생활하니까 정말로 오후 4시만 되면 무당 접신하듯이 영감을 얻게 됐다. 시차가 다른 나라에서도 오후 4시만 되면 영감은 와주었다.
사소한 것이라도 계획대로 실천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소문내고 싶다. 연말이라고 하기엔 조금 이른 이 시점에 2021년 다이어리를 선물 받았다. 불과 몇 년 전이라면 다이어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방구석 어딘가에 내려놓고 잊어버렸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다이어리나 노트에 계획을 적고 달력에 할 일을 미리 체크해두는 행위를 즐긴다. 이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나의 미래를 튼튼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원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