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문제 제기한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와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집행 내역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여당은 검찰의, 야당은 법무부의 자료가 부실했다고 각각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다만 양측 모두 윤석열 검찰총장이 특활비를 부적절하게 쓴 정황은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특활비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추 장관의 공세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9일 대검찰청에서 현장검증을 마친 후 “대검은 연도별 집행 액수 비교 등 자료를 충실하게 낸 반면 법무부는 집행 자료를 사실상 안 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오히려 대검은 자료가 일선청 별로 나열돼 있어서 가치가 별로 없었다”고 반박했다. 윤 총장은 검증에 앞서 실무진에게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의원들은 이른바 ‘윤석열 사단’에 특활비가 집중 배정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추 장관도 앞서 국회에서 “특활비를 총장 주머닛돈처럼 사용한다”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대검 제출 자료 중 검찰총장이 개인적 용도로 쓴 특활비 내역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도 추 장관이 예년과는 달리 특활비를 배정받거나 사용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자료를 제출했다. 검찰은 특정 검찰청에 특활비가 많이 지급되는 건 중요 수사 때문이지 ‘윤석열 사단’이라 많이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 장관의 의혹 제기와는 달리 서울중앙지검에는 전년 대비 액수는 줄었지만 검찰 특활비 총액의 16% 정도가 꾸준히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추 장관은 앞서 국회에서 중앙지검에 최근까지 특활비가 지급된 사실이 없어 수사팀이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었다.
법무부와 검찰은 특활비 집행과 관련한 세부 자료를 전부 공개하지는 않았다. 특활비의 구체적인 사용 내역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검찰에서 어떤 수사가 진행 중인지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법무부와 대검에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감사원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을 보면 특활비를 현금으로 지급한 경우 영수증을 첨부하고 사유, 일자, 상대방, 지급액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돼 있다. 서울 지역의 한 검찰 간부는 “특활비를 받으면 영수증 붙일 수 있는 건 다 붙인다. 못 붙이는 건 사유를 설명한다”고 말했다.
특활비 논란은 추 장관의 문제 제기로 이뤄졌지만 향후 법무부의 특활비 집행 내역 등도 계속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야당은 수사를 하지 않는 법무부가 특활비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따져 볼 계획이다. 김 의원은 “법무부 검찰국은 수사나 정보 수집을 하지 않는데도 올해에만 7억5900만원을 썼고 상세내역을 내지 않았다”고 했다. 법무부는 검찰국에서도 일선청으로 특활비를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신임 차장검사 강연에서 “검찰 개혁의 방향은 공정한 검찰과 국민의 검찰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지난 3일 초임 부장검사 강연에서 “살아있는 권력 등 사회적 강자의 범죄를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검찰이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과 관련한 전방위 압수수색에 착수하는 등 여권과 검찰 사이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나성원 구자창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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