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의료쇼핑’ 심각… 관리체계 강화 필요

입력 2020-11-10 18:08
‘마약류 의료쇼핑’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과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 등 보건당국의 관리망을 피한 꼼수 처방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가동된 2018년 5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대표적인 마약류 의약품인 식욕억제제(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로카세린, 마진돌 성분 제제)와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는 각각 332만여명 대상 약 5억2300만정, 443만여명 대상 약 3억46만정이 처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현장에서는 신분을 속이거나 관리시스템에서 누락된 환자들을 감안하면 마약류 처방 환자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관리 시스템의 ‘구멍’이 불법 과다 처방을 부추겼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부 환자들 사이에서는 병원을 옮겨 다니며 마약성 주사제를 처방받는 사례도 거론된다. 또 의료진이 마약류 의약품을 조제·처방하기 전, 환자의 과거 처방·조제 내역 등에 대한 열람이 실시간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최종범 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마약성 진통제는 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약을 사용해야 한다. 처음부터 강한 약을 쓰면 나중에 쓸 수 있는 약이 한정돼있다”며 “때문에 과거에 환자가 어떤 약을 사용했는지 의료진이 미리 아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병원에서 언제 어떤 문제로 마약성 의약품을 투약했는지 실시간으로 공유가 된다면 확인하지 못해 놓치는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약류 의약품 중에서도 위험약물을 따로 지정해 집중 관리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항불안제 계열의 약들은 공중보건학적 폐해가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향정신성의약품을 관리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다만 프로포폴, 오피오이드 진통제 등 요주의 의약품을 정해 집중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이 열람할 수 있는 정보도 보다 자세해야 한다. 두 명의 의사가 동시에 같은 약을 처방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떤 환자가 어떤 의료기관에서 왜 해당 의약품을 썼는지 알아야 제대로 처방을 내릴 수 있다”고 피력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