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에서 최초로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민주당 하원 의원 51명, 그리고 비핵화 전문가 집단. 국제정치 전문가인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 외교안보그룹으로 이들을 지목했다.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에 서명한 진보적 성향 의원들과의 의회외교를 통해 한·미 관계를 주도하고, 미국에서 주류가 된 비핵화 전문가들의 영향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 대선 결과 분석 및 한·미 관계 전망’ 강연에서 바이든 행정부 한반도 정책과 관련한 외교안보그룹을 네 그룹으로 나눠 설명하면서 이처럼 말했다.
김 원장은 “바이든 당선인이 현실론을 주장하는 비핵화 전문가들의 말을 듣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강연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미 대외정책팀은 내년 6월쯤 가동될 텐데 시간 낭비를 해서는 안 된다”며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미국 의원들을 만나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이 소개한 첫 번째 그룹은 한국계 대북 강경파다. 냉전적 마인드를 가진 한반도 전문가들로 북한 붕괴론을 주장하는 이들이다. 이날 직접적인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대표적 인물로는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와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정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등이 있다. 아시아 담당 국장으로 빅터 차와 수미 테리의 중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두 번째 그룹은 과거 북핵 6자회담 등 협상파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끈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바이든 당선인의 전 보좌관이자 버락 오바마 후보 캠프에서 한반도팀장을 맡았던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드재단 대표 등이 있다.
핵심 그룹 중 하나인 세 번째 그룹은 비핵화 전문가들로, 밴 잭슨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원 등이 있다. 김 원장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불가능하다고 보며 점진적 비핵화를 주장하는 그룹”이라면서 “미국에서 이들이 주류”라고 강조했다. 잭슨 연구원은 2016년 ‘전략적 인내 전술’ 폐기를 주장하며 북핵 협상을 주장한 바 있다.
마지막 네 번째 그룹으로는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에 이름을 올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계열 의원들을 지목했다.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 로 칸나 의원부터 한국계인 앤디 김 의원, 샌더스 의원의 뒤를 잇는 스타 진보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 등이다.
김 원장은 이날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일 관계가 중대한 도전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김 원장은 “오바마 캠프에 속한 인사들이 친일본이고 재팬스쿨 출신이었다”며 “바이든 정부에서 미·일 관계는 분명히 좋아질 것이며 바이든은 한·일 관계를 중재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전략적 인내는 민주당 내부에서 실패한 전략”이라며 “전략적 인내가 정책적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가현, 박재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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