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적지 않은 교회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부교역자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부교역자의 수를 줄이지 않고 공생의 길을 찾는 교회들도 있다.
서울 치유하는교회(김의식 목사)는 목회자와 직원이 사례비 일부를 반납하면서 구조조정 같은 극단적 방법을 피했다. 지난 5월부터 김의식 목사가 사례비의 30%, 부교역자와 직원들은 20%를 반납하고 있다. 사례비 일부를 반납하는 교역자와 직원은 모두 25명이다. 5명의 교육전도사에게는 책정된 사례비를 전액 지급한다. 신학생인 교육전도사들에게 지급하는 사례비는 장학금 성격이 크기 때문에 삭감하지 않았다. 교역자들이 반납한 사례비가 교회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교인과 고통을 분담하고 이를 통해 교역자 구조조정도 막겠다는 의지를 담은 대안이었다.
김 목사는 9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당회에서는 지금도 사례비를 전액 지급하자고 하지만, 교인들이 코로나19로 힘든데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교역자와 직원들이 솔선수범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해서라도 구조조정과 같은 극약처방은 피하자는 공감대도 크다”고 말했다.
서울 광현교회(심충열 목사)는 교역자와 직원들의 사례비를 줄이지 않고 구조조정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온라인예배로 활동이 크게 줄어든 찬양대 솔리스트와 연주자들에게도 여전히 사례비를 지급하고 있다. 교회가 해오던 해외 선교사 지원과 개척·미자립교회 후원도 중단하지 않았다. 당회의 통 큰 결정이 이런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했다.
심충열 목사는 “코로나19로 헌금이 절반 가까이 줄었던 달이 있었을 정도로 재정 상황이 악화했지만, 당회가 모두를 품기로 결정했다”면서 “교역자를 비롯한 직원과 솔리스트들의 사례비를 종전대로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목사는 “구조조정은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유급 직원들이 실직에 대한 염려로 두려워하지 않고 맡겨진 책임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심 목사는 “재정적으로 운용의 묘를 살려 내년에도 이 정책을 이어간다는 게 당회의 의지”라면서 “어려울수록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믿고 공생의 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의용 교회문화연구소장은 “교회마다 연말 정책 당회를 하면서 부교역자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다”면서 “다음세대를 위해서는 다음세대 교역자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젊은 사역자들을 사역 현장에서 내보내면 이들은 갈 곳도 없다. 결국, 다음세대를 이끌 사역자와 그들이 육성할 다음세대를 모두 잃게 된다”며 “기업이 위기에 쓰는 구조조정 대신 기독교 정신을 살린 공생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코로나 시대, 교계에 드리운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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