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수처장 임명, 여권의 중립성 보장 여부에 달렸다

입력 2020-11-10 04:05
고위 공직자 부정부패 수사를 전담할 독립기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 후보 1차 추천이 끝났다. 시한인 9일 추천위원인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이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이건리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한명관 변호사 등 3명을 추천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몫 추천위원들도 각각 판사 출신 2명과 검찰 고위직 출신 4명을 추천했다. 추천위원 7명이 1인당 최대 5명까지 추천할 수 있지만 추천된 후보는 총 10여명으로 알려졌다.

후보추천위는 오는 13일 2차 회의를 열어 추천 후보들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추천위원들은 막중한 책임을 인식하고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 2명을 고르는 데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고위 공직자 비리를 엄단할 의지와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수호할 수 있는 적임자를 추천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 고려를 앞세우거나 사심에 휘둘리다가는 추천위가 정쟁의 장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여당 지도부는 이달 내 처장이 임명될 수 있도록 최종 후보 추천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추천위를 압박하고 있다. 공수처법 시행일(7월 15일)이 한참 지났고 내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되는 만큼 공수처 출범도 서두를 필요는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이다. 야당 측 추천위원이 최종 후보 선정에 거부권을 갖고 있어 야당도 수용할 후보를 찾지 못하면 처장 임명과 공수처 출범은 계속 늦춰질 수밖에 없다. 여권이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법 개정을 시사하며 야당을 압박하는 건 공수처에 대한 불신을 부추길 뿐이다. 야권이 쉽사리 거부할 수 없는 능력 있고 중립적인 인물이 후보로 선정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게 지금 여권이 해야 할 일이다. 야당도 무조건 반대를 위해 거부권을 활용한다면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