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산업재해 노동자 254명 가운데 절반은 추락에 의한 사고로 파악됐다. 특히 50억원 미만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노동자의 안전관리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하 공단)은 연말까지 ‘무늬만’ 안전지대인 소규모 건설현장을 집중 점검하고 최대 3000만원까지 안전설비 구축을 지원하는 등 강도 높은 사고 예방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건설-추락-사망’ 악순환의 연속
9일 고용노동부와 공단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전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명 늘어난 470명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등 대부분 업종에서 사망자가 줄어든 반면 건설업에서는 25명이 증가했다. 6월까지 건설업에서 사망한 254명 가운데 절반 수준인 126명이 추락으로 사망했다. 건설업에서 추락에 의한 사고사망자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369명으로, 매년 27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대로라면 올해 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전년(855명)보다 130명 이상 감소한 725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정부의 목표 달성도 불투명하다.
건설현장 추락 사망사고는 매달 끊이지 않았다. 지난 6월 서울 신축공사 현장의 건물 외벽 7층 높이에서 유리창 실리콘 작업을 하던 A씨가 추락해 사망했고 5월에는 경기도 안양 신축공사 현장에서 철골을 설치하던 B씨가 3층 높이의 철강 자재 구조물(H빔)에서 발을 헛디뎌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해 숨졌다. 또 지난 4월에는 부산 오피스텔 공사장 지상 1층에서 작업 중이던 C씨가 지하 1층으로 통하는 개부구로 추락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건설현장 규모가 작을수록 노동자의 안전관리는 취약했다. 건설업 추락 사고사망자 126명 가운데 120억원 미만의 중소 규모 건설현장에서 가장 많은 11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50억원 미만 현장의 사망사고가 103건이었다. 최근 5년간 120억원 미만 중소 건설현장에서의 추락 사망자는 1098명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공단 관계자는 “50억원 미만 소규모 현장은 대규모 현장보다 안전관리가 미약하고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가 미흡해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건설현장 패트롤 점검 목표 2배 확대
공단은 건설업 사고사망자가 좀처럼 줄지 않는 점을 고려해 공사 규모 120억원 미만의 건설현장 추락사고에 대한 패트롤을 강화하고 불량현장에 대한 행정조치 실시율을 높이는 등 연말까지 건설업 사고 감소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건설 현장 사고사망자 감소를 위해 현장점검 목표는 2배로 확대했다. 연초에 3만곳의 현장을 점검키로 했던 목표를 6만곳으로 늘린 것이다. 또 불량 사업장이나 개선조치 불이행 현장을 고용부 감독과 연계하는 행정조치 연계율도 3%에서 4%로 높였다. 작업 발판이나 안전난간 미설치, 안전모 미착용 등 추락위험 요소도 중점 점검할 방침이다.
현장 순찰점검의 기동성과 신속성도 강화했다. 공단은 패트롤 전용 차량 32대를 일선 현장에 추가로 투입해 총 59대의 차량을 운영한다. 패트롤 전용 차량을 이용해 순찰점검 지역을 확대하고 건설현장 밀집 지역 순찰 시에는 안전관리에 대한 안내방송을 병행해 안전수칙 준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 밖에도 차량에 화재·폭발 예방 장비를 갖춰 건설현장 화재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한 현장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공단 관계자는 “9월 말까지 2만5000여개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3만2000여회 순찰점검을 했다”며 “이 가운데 1250곳은 고용부에 행정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안전설비 구축에 최대 3000만원 지원
공단은 연말까지 554억원을 투입해 건설현장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경제적 지원을 강화한다. 먼저 건설현장 비용 지원 규모를 최대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확대했다. 공사 규모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일체형 작업 발판을 설치할 경우 임차비용과 안전망 구매비용 등을 지원한다. 일체형 작업 발판은 설치면적별로 정액 지원하고 안전망 구매비용은 공사금액별로 차등 지급한다. 동일 사업주당 연간 건설현장 3곳까지 지원 가능한데 공사 규모가 20억원 미만인 현장은 최대 6곳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와 별도로 화재폭발 예방설비를 적극 지원한다. 공단은 50인 미만 건설업 본사 등 고위험사업장을 대상으로 화재폭발 예방을 위한 환기 팬·용접작업 불연포·비상대피유도선 등 구매 비용을 최대 3000만원까지 전액 지원하고 있다. 건설 실무경력자를 현장에 투입해 순찰을 강화하는 대책도 눈에 띈다. 공단은 건설 실무경력이 있는 퇴직자 400명을 ‘건설안전 지킴이’로 선발해 상시 현장 순찰을 하고 있다. 120억원 미만 중소규모 현장에 2인 1조로 투입되는 지킴이는 추락사고와 화재폭발 위험을 집중적으로 감시한다. 순찰 활동은 9월 말 기준 6만5000회 실시했다.
이밖에 공단은 사망사고 감축에 대한 현장의 동참을 유도하고 재해 감소 분위기 조성을 위해 건설안전 유관단체들과 간담회를 수시로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모바일·가상현실(VR) 기기를 활용한 위험현장 사업주와 관리자 대상 집체교육도 병행한다. 공단 관계자는 “패트롤 방식의 순찰점검은 건설현장에서 반드시 개선해야 하는 위험요인을 알려주고 개선을 유도해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려는 조치”라며 “현장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