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대외정책에서 현 정부와 가장 큰 차별성은 다자주의 체제로의 복귀가 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와 국제 규범, 다자 간 협상 및 동맹국과의 결속이 중시될 것이다. 양자 협상을 통해 상대국에 일방적인 압박과 요구를 할 가능성은 작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보이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바이든 시대가 열리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유리한 국면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 동맹의 ‘자격’을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구호 아래 통상을 통한 이익을 추구하는데 몰입했다면 바이든 당선인은 외교와 통상정책을 한 묶음으로 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비즈니스맨이고, 바이든 당선인은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외교 전문가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무시하면서 미국 홀로 중국과 맞서는 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 규범과 규칙을 통해 공감대를 모아 동맹국과 함께 중국 견제에 나설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확실한 동맹으로 여겨지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미·중 간 선택을 한층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 강화된 보호무역주의 경향을 보일 수도 있다. 한국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 환경·노동정책과 연계해 대미 수출품에 대해 더 엄격한 환경·노동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사실상의 수입장벽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친환경이거나 ‘일정한 노동조건을 충족한 상태에서 생산된 제품’ 등의 기준을 적용하면 이를 일방적 수출 규제라고 비판하기 어렵다. 수출국이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대응하기 더 어려울 수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겪으며 전미 자동차노조 등 노조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법인세 인상과 노동기준 강화 등 기업들에 불리한 정책이 시행될 수 있다. 이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도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바이든 시대에 한국은 동맹의 역할을 기대하는 미국과 주요 무역상대국으로서의 중국 사이에서 선택의 갈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다자주의 체제 복귀라는 겉모습 아래 숨은 위험과 불확실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사설] 바이든 시대 통상 환경 낙관해선 안 된다
입력 2020-11-1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