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패’가 붙었다, 괴물 케이타가 승부 추

입력 2020-11-10 04:06

‘막느냐, 뚫리느냐.’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에서 나란히 개막 후 무패 행진을 달리며 1·2위에 올라 있는 두 팀이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진검 승부를 벌인다. 한 차원 높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KB손해보험의 외국인 선수 노우모리 케이타(말리)를 OK금융그룹이 막아낼 수 있느냐가 이번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걸로 보인다.

OK금융그룹은 10일 오후 7시 안상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리는 V-리그 1라운드 남자부 마지막 경기에서 KB손보와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친다. 1위 KB손보(승점 13)와 2위 OK금융그룹(승점 12)의 승점차가 1점 밖에 나지 않는 상황. 두 팀 중 승리하는 팀은 단독 1위로 기분 좋게 2라운드를 맞이할 수 있다.

KB손보는 만년 하위권 팀이지만 케이타를 ‘픽’한 올 시즌은 다르다. 지난 시즌 1위 팀 우리카드에 3대 1로 승리하며 시즌 시작을 승점 3점으로 장식한 뒤 한국전력(3대 1) 대한항공(3대 1) 삼성화재(3대 2) 현대캐피탈(3대 2)을 모두 잡아냈다. KB손보의 5연승은 1년 9개월 만이다.

블로커 높이보다 훨씬 높은 타점에서 볼을 꽂아 넣는 신체의 폭발력에 때리기 힘든 볼을 때려내고 빈 공간을 찾아 볼을 찔러 넣는 배구 센스까지 지닌 케이타의 존재가 KB손보의 전력 상승을 가능케 했다. 케이타는 올 시즌 득점(203득점)·오픈공격 1위(성공률 52.51%), 공격종합(성공률 56.02%)·서브(세트 당 0.591개) 2위를 질주하고 있다.

KB손보도 케이타를 믿고 공격을 집중시키고 있다. 케이타의 공격점유율이 57.44%에 달할 정도. 측면으로 볼을 높게 토스하면 케이타가 마무리하는 큰 공격이 주로 이뤄지다보니 KB손보는 오픈공격(성공률 50.40%)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속공 7위(성공률 45.90%)가 상징하듯, 센터 쪽의 빠른 공격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공격 루트가 단조로운 상황에서 케이타가 막힐 경우 자칫 팀 공격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OK금융그룹은 공격의 다양성 측면에서 KB손보와 상반된다. 펠리페 안톤 반데로(브라질)와 송명근의 좌우 쌍포를 활용한 오픈공격(성공률 43.44%)에서 2위에 올라있을 뿐 아니라, 대한항공을 떠나 합류한 진상헌이나 박원빈 등 센터들을 활용한 속공(성공률 66.18%), 그리고 퀵오픈 공격(성공률 62.67%)까지 1위에 올라있는 등 다양한 공격 루트를 활용한다. 진상헌이 블로킹 득점 1위(세트당 1.150개), 박원빈이 4위(세트당 0.900개)에 올라 있어 중앙의 높이도 좋다.

결국 승패는 OK금융그룹의 블로커 라인이 케이타의 ‘선을 넘는’ 공격력을 막아낼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케이타의 공격을 묶으면 다양한 공격루트로 KB손보를 공략할 수 있다. 반면 케이타가 블로커들을 넘어설 경우, OK금융그룹은 완전히 흔들릴 수 있다. 리시브 7위, 디그·수비 6위에 그치고 있을 정도로 공격에 비해 수비 지표가 좋지 않아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