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아야 하니 부업으로 하는 거죠. 요즘 주위에 유튜브 새로 시작하겠다는 사람 많아요.”
서울 용산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A씨는 요즘 틈날 때마다 유튜브 영상 편집을 한다. 지난 5일 방문한 A씨의 카페에 손님은 두어 명이 전부였다. A씨는 손님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의뢰받은 영상 편집에 매달렸다.
A씨는 “몇 달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게 운영이 어려워져서 그동안 취미로 하던 유튜브 영상 편집을 부업으로 시작했다”며 “최근 새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려는 이들이 많아져 일거리도 꽤 늘었다”고 전했다. 생업의 터전이던 카페가 지금은 김씨의 ‘유튜브 스튜디오’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김씨는 유튜브 영상 편집을 더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최근 고가의 장비도 들였다고 한다.
‘코로나 경제난’을 겪는 소상공인과 직장인 가운데 부업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유튜브 관련 업계도 때아닌 특수가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입 감소를 상쇄하려 유튜브 전선에 뛰어드는 직장인도 늘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29)씨는 영상 편집 아르바이트 수입이 짭짤하다. 한 편 편집하는 데 5만~10만원을 받는다는 그는 “월급이 너무 적어 소일거리로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 편집 아르바이트 의뢰가 크게 늘었다”며 “지인들도 ‘브이로그는 어떻게 찍느냐’고 물어오는 등 새로 채널을 시작하겠다는 이들의 문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매출 감소를 겪는 소상공인 가운데 가게 홍보를 위해 반강제적으로 유튜브 시장에 뛰어드는 이들도 있다. 서울 용산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B씨도 최근 가게에서 보내는 일상을 소개하는 브이로그 형식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궁리를 하고 있다. 대학가에 위치한 B씨의 가게는 대학 비대면 수업이 늘며 학생들의 발길도 끊겨 운영이 부쩍 어려워졌다. B씨는 9일 “가게를 놀리는 것보다 차라리 유튜브 촬영장으로 사용하면 가게 홍보도 되고, 혹시라도 채널이 ‘대박’나면 수익도 생겨 좋지 않겠느냐”며 “어려운 시기에 이거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의 폐업 과정을 그리는 ‘폐업 브이로그’나 직장인의 퇴사 과정을 담은 ‘퇴사 브이로그’도 올해 각광받는 아이템이 됐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유튜브 채널의 주제를 바꾸는 이들도 종종 발견된다. 예를 들어 헬스 유튜버가 헬스장 운영 중단으로 인해 ‘먹방’ 콘텐츠로 전환하는 식이다.
그러나 유튜브로 얻는 수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되는 경제난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라고 이들은 토로한다. 김씨는 “전업 유튜버도 유튜브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유튜브로 돈 버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A씨 역시 “유튜브를 하더라도 당장 가게 수익이 마이너스인 상황이라 사실상 폐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