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닐 메드베데프(4위·러시아)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롤렉스 파리 마스터스(총상금 334만3725 유로)에서 우승하며 길게 이어지던 부진의 고리를 끊어냈다.
메드베데프는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대회 8일째 단식 결승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7위·독일)를 상대로 2대 1(5-7 6-4 6-1) 역전승을 거두며 통산 8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메드베데프가 투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건 지난해 10월 상하이 마스터스 이후 13개월 만이다.
이날 경기에서 메드베데프는 서브 에이스(14-11), 첫 번째 서브 득점(75%-61%), 두 번째 서브 득점(60%-46%)에서 즈베레프를 앞서는 등 날카로운 서브를 바탕으로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나갔다. 특히 중요한 순간 집중력을 발휘해 자신의 서브 게임을 1번 브레이크 당하는 동안 즈베레프의 서브 게임을 4번이나 브레이크 하는 데 성공했다.
메드베데프는 경기 후 “이번 대회 전까지 올해 투어 타이틀이 하나도 없었는데, 우승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서브로 사샤(즈베레프)를 계속 압박해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메드베데프는 지난 9월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준결승에 오른 뒤 부진에 빠진 상태였다. US오픈 이후 3개 대회에서 2라운드를 넘어서지 못하고 빠르게 탈락했을 정도. 또 다른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선 4년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하며 약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번 우승으로 메드베데프는 연속된 부진의 고리를 끊어냈다. 직전 참가한 에르스테방크 오픈에서 8강에 오른 메드베데프는 이번 대회에서 디에고 슈와르츠만(9위, 아르헨티나), 밀로스 라오니치(14위, 캐나다), 즈베레프 등 최상위권 랭커들을 연달아 꺾어냈다. 차곡차곡 랭킹 포인트를 쌓은 메드베데프는 우승 직후엔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한 로저 페더러(5위·스위스)를 넘어 랭킹 4위에 오르는 성과도 냈다.
준우승에 머무른 즈베레프는 전 애인들이 사생활을 폭로하는 논란 속에서도 이번 대회에 출전해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을 준결승에서 잡아내는 등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통산 전적 5승 1패로 앞서 있던 메드베데프를 결승에서 맞아 1세트를 따내고도 내리 두 세트를 허용해 역전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