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화물운임에 수출기업들 초비상

입력 2020-11-10 04:03

국내 수출기업들이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전통적인 연말 성수기를 맞았지만 예상치 못한 ‘물류대란’에 비상이 걸렸다. 해운·항공 화물운임이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면서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물건을 옮길 배나 항공편을 못 구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6일 전주보다 134.57 오른 1664.56을 찍으며 2010년 기록했던 최고치(1583.18)를 갈아치웠다. 특히 국내 수출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미국·유럽 항로 해상 운임이 크게 올랐다. 미 서안 항로 운임은 1F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3871달러로 전주보다 22달러 뛰었다.

이는 글로벌 선사들이 올해 초 코로나19 여파로 공급을 대폭 줄인 상태에서 최근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 및 성수기 영향으로 화물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해운 운임이 급등하자 항공화물 물량도 덩달아 늘고 있다. 홍콩에서 발표하는 화물운송지수 TAC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아시아~유럽과 아시아~미주 항공화물 운임은 각각 전월보다 25%, 28% 올랐다.

오른 화물 운임은 그대로 수출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최근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도 배편 구하기에 혈안이 돼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생산공장이 해외에 있는 대기업의 경우 주로 중간재를 국내나 다른 국가로부터 옮겨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배나 항공편을 못 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간에 물류대란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정부는 국적 해운사인 HMM이 중소기업에 선적공간을 우선 제공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시장에서 결정되는 운임까지 통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운임 상승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경기 회복이 가속하면서 물동량이 전년 대비 5.8% 늘어 배편 증가율(3.6%)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일각에선 2017년 정부의 한진해운 파산 결정이 위기에 취약한 국내 해운 물류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진해운 파산 후 한국 국적선사의 컨테이너 선박 보유량은 2016년 106만TEU에서 올 초 46만TEU로 절반 넘게 줄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내 1위 해운사가 단기간에 파산한 이후 보유 노선, 선박 등은 당시 치킨게임 중이던 글로벌 해운사들에 나눠 돌아갔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