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 할머니를 따라 교회에 갔습니다. 늘 머리에 손을 올리고 기도해주신 할머니의 믿음의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예수 믿는 것을 당연하게만 여겼습니다.
2005년 대학 졸업 후 간호사로 취업하면서 근무 여건상 주일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예배를 드리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하나님도 삶에서 잊혀 갔습니다.
하나님과 멀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 있습니다. 삶이 점차 무너지기 시작했고 인간관계, 건강, 재정의 광야를 지나게 됐습니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외로움이 컸습니다. 2009년 그렇게 방황할 때 친한 친구가 예수마을셀교회로 인도했습니다.
당시 강퍅한 마음에 교회 식구들을 피해 도망 다니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에 저의 마음이 조금씩 열렸고 그해 열린 제16차 행복치유 수양회에 참석했습니다.
‘하나님을 외면하고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을 욕하며 살았는데, 주님이 나를 모른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지만, 예수님은 오래도록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예수님을 만나니 외롭고 아프고 상처만 줬던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자양육 과정에서 내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삶의 방향과 목적이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훈련받으며 배운 대로 했을 뿐인데 영혼의 열매가 맺혔습니다.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감격이 거듭될수록 어려웠던 인간관계가 풀어지고,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완치됐으며 물질의 축복이 있었습니다. 특히 믿음의 가정을 이루는 축복까지 주셨습니다.
2013년 결혼 후 두 자녀가 태어나면서 가정에 안주하며 선데이 크리스천으로 변해가는 저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선 지난해 12월 예기치 않는 사건을 하나 주셨습니다.
남편이 단순한 몸살감기인 줄 알고 병원을 찾았는데,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로 갔습니다. 간농양이 급성패혈증으로 악화됐고 균은 신장과 폐를 망가뜨려 인공호흡기의 마지막 단계인 에크모(ECMO, 체외막산소화장치)까지 달았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입니다.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타들어 가는, 어찌할 수 없는 가슴을 움켜쥐고 날마다 밤새우며 부르짖었습니다. 그 고통 속에서 나를 위해 죽으신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더 깊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나 살기에 급급하고 허덕였던 모습에 회개가 터져나왔습니다.
하나님은 깊은 평안함과 은혜로, 요동치는 제 마음을 붙들어 주셨습니다. 상황은 변함이 없었지만, 하나님과 깊은 친밀함과 사랑에 매일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사랑이 너무 커서 중환자실 앞에서 면회를 기다리는 보호자에게 예수를 전했습니다.
그중 다섯 살 아들이 뇌종양에 걸려 중환자실에 있는 엄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24시간 중환자실 앞에 앉아 바라만 보던 아기 엄마와 함께 제자양육 교재로 말씀을 나누고 기도하며 펑펑 울었습니다.
남편은 의료진이 포기한 상황이었습니다. 3개월간 무의식 상태로 에크모에 의존하며 생명을 이어가던 중 기적적으로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중환자실의 기나긴 싸움에서 결국 승리를 주셨습니다.
남편에게 일어난 기적은 많은 분에게 희망의 증거가 됐습니다. 아주대병원 의료진에게도 하나님의 기적을 보여 주셨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명자의 가정으로 남편과 저를 사용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했고 기꺼이 순종하게 됐습니다.
사도행전 20장 말씀처럼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려 합니다. ‘가서 제자 삼으라’는 주님의 마지막 지상명령을 충성스럽게 감당하는 제자가 되겠습니다.
김지혜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