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유죄’에 굳어지는 빅2 레이스… 친문 표심 종착지는?

입력 2020-11-09 00:08
연합뉴스

김경수(사진) 경남지사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여권 대선 레이스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쟁 구도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항소심 결과를 내심 기대했던 친문 표심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반면 이 대표와 이 지사는 친문 표심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들을 끌어안을 방안을 고심 중이다. 다만 김 지사를 대신한 제3의 후보 등장 여부는 대선 판도를 뒤흔들 변수로 꼽힌다.

이 대표는 아직 친문 계승자를 자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민주당 내 평가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8일 “이 대표의 지지 기반이 호남과 친문 지지층이라고 볼 때 친문 표심이 아직까지 이 대표 쪽으로 쏠리지 않고 있다”며 “이 대표의 ‘친문 끌어안기’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이른바 강성 친문 지지층에 대해서도 “특별한 분들이 아니라 상식적인 분”이라며 감싼 바 있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문재인정부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낸 이 대표가 친문이 아니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정기국회와 내년도 예산안 문제 등에 당대표로서의 역할에 충실히 임해 당원들의 개혁 요구를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은 현안별로 정책적 접근을 강화하는 ‘이슈 파이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지사 재판 결과와 상관 없이 이 지사는 본인의 정책적 강점을 계속 보여줄 예정”이라며 “현재 당원들은 단순히 친문, 반문 이분법적 판단을 내리는 수준을 지났다. 이 지사가 개혁적 결과를 가장 많이 입증했다는 데 당내 이견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 선언을 거론하며 “개성공단 재개와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김 지사가 항소심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이른바 ‘친문 적자’ 후보는 당분간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제3의 후보가 친문 진영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따라 파괴력이 좌우될 전망이다. 제3의 후보로는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 총리가 연말 개각에서 물러날 경우 그때부터 대권 레이스가 본격 점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 후보 경선 특성을 볼 때 양강 구도로 가기 어렵고 늘 제3의 후보가 필요하다”며 “일단 김 지사의 대권 레이스 가능성이 작아졌으니 정 총리를 포함해 제3후보를 겨냥한 주자들의 활동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 총리는 김 지사 선고 이튿날인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김한길 천정배 신기남 유선호 전 의원 등 15대 국회의원들과 부부동반 만찬을 했다. 정 총리는 “정치가 늘 어려운 일이 많으니 조언을 많이 해달라”고 당부했고, 참석자들은 “우선 정부 차원의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조언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