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멀티골 묻고 ‘더블’로 간 전북

입력 2020-11-09 04:02
전북 현대 미드필더 이승기가 8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FA컵 2020 결승 2차전 홈경기에서 울산 현대를 상대로 역전골을 넣자 동료 선수들이 몰려들어 환호하고 있고, 그 옆에서 울산 현대 선수들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승기는 이날 후반에 터뜨린 중거리골 2개로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여기 수놓인 별들이 그대들의 위대한 발걸음을 비추리라.’

전북 현대 구단 역사에 또 한 번의 우승컵이 추가되는 순간, 녹색으로 물든 응원석에 커다란 현수막이 내걸렸다. 폭죽과 함께 우승컵을 든 주장 이동국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주저앉은 울산 현대 선수들은 아쉬움에 한동안 잔디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전북 구단 역대 첫 ‘더블’(한 시즌 2개 대회 우승)이다.

전북은 8일 홈구장인 ‘전주성’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FA컵 2020 결승 2차전을 이승기의 중거리포 2골에 힘입어 2대1로 승리, 1대1로 끝난 지난 4일 1차전 점수까지 합해 총 3대2로 앞서 우승컵을 따냈다. 지난 1일 K리그1 우승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우승컵이다. 앞서 은퇴식을 치른 최고참 이동국도 후반 막판 교체 출전하며 프로 경력 10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차전 무승부 뒤 골이 절실했던 울산은 맞춤형 전략을 들고 나왔다. 그간 전북의 K리그1 최우수선수(MVP) 손준호에게 중원을 장악당했던 걸 의식한 듯 미드필드를 과감하게 생략하며 장신 공격수 비욘존슨과 리그 득점왕 주니오에게 공을 찔러넣어 빠른 역습을 펼쳤다. 지난 1차전 선제실점 뒤 동점골을 만들어낸 전략이 연상되는 방식이었다.

결과물은 빠르게 나왔다. 전반 3분 페널티박스 오른쪽 앞 프리킥 상황에서 윤빛가람이 가까운 골대 쪽에 띄워준 공을 주니오가 뛰어 들어가며 머리로 방향을 바꿔놨다. 전북 골키퍼 송범근이 막아냈지만 주니오는 이를 다시 왼발로 정확하게 차넣었다. 울산이 합산점수 1대 2로 앞서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울산의 웃음기는 후반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사라졌다. 답답한 공격 와중에도 장기인 중거리슛을 간간이 터뜨리며 예열을 하던 전북 미드필더 이승기가 주인공이었다. 이승기는 후반 7분 전북의 프리킥 상황에서 수비가 머리로 걷어낸 공을 잡고 그대로 드리블해 들어가며 낮고 강한 오른발 중거리를 날려 골을 터뜨렸다.

이승기는 후반 25분에도 조규성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뒤로 살짝 내준 공을 한번 툭 차 놓은 뒤 그대로 구석으로 정확히 왼발 중거리골을 작렬시켰다. 벤치에서 몸을 풀던 이동국은 골을 터뜨린 동료들을 보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울산은 전반보다 전방의 활동량이 줄어들어 역습도 무뎌지면서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베테랑 홍철이 부상으로 나간 것도 수비가 흔들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종료 직전에는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전북 최철순과 울산 불투이스가 충돌, 각 구단 벤치까지 뒤엉킨 끝에 두 선수 모두 퇴장을 당했다.

이승기는 경기 뒤 “2014년 FA컵 준결승 승부차기에서 실축해 떨어지고서 심하게 운 적이 있는데 오늘 2골을 넣어 이겨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어제 합류한 동국이 형(이동국) 가는 길에 우승 트로피 2개를 들려주자고 다짐했다”면서 “동국이 형이 경기가 끝나고서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라고 말해줘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이날이 마지막 공식 경기였다.

파울루 벤투(맨앞)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8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올해 첫 해외 원정경기를 위해 출국하고 있다. 대표팀은 코로나19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한국시간 15일 오전 5시 비너 노이슈타트 슈타디온에서 멕시코와 맞붙고, 17일 오후 10시 BSFZ 아레나에서 카타르와 대결한다. 연합뉴스

한편 울산 측면수비수 홍철은 이날 경기 중 입은 부상으로 15일과 17일 연달아 예정된 멕시코전과 카타르전 국가대표팀 소집 명단에서 제외됐다. 홍철의 자리에는 울산의 동료 정승현이 대신 선발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검사 뒤 9일 오후 출국해 10일 오스트리아 현지에 합류한다.

전주=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