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 격화에… 한국지엠, 철수설 재점화

입력 2020-11-09 04:07
한국GM 노조가 부분 파업에 들어간 지난달 30일 오전 인천 부평구 청천동 한국GM 부평공장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뉴시스

한국지엠(GM)이 노조의 파업 조치에 맞서 신규 투자를 보류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노사 갈등이 점점 더 격화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노조 리스크를 빌미로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 계획이 언급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 6일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 생산을 위해 예정돼 있던 인천 부평공장 투자 관련 비용 집행을 보류하고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등으로 6만대의 생산 손실을 겪은 한국GM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고강도 비용 절감 조치를 시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노조의 부분파업 등으로 회사의 유동성 상황이 악화하면서 투자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한국GM 측은 “노조의 잔업 및 특근 거부, 부분파업 등으로 7000대 이상의 추가적인 생산 손실을 보았다. 추가 쟁의행위 결정으로 누적 생산손실이 1만2000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지난 6일과 오는 9, 10일 오전과 오후 각 4시간씩 추가로 부분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노조는 올해 임금 단체협상을 두고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동일한 방식으로 부분파업을 벌였고, 지난달 23일부터 잔업과 특근 거부를 이어오고 있다.

산업은행과 GM 본사는 한국GM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이 언급됐던 2018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건부 금융제공에 합의했다. 각각 지분율에 따라 8100억원, 6조9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GM은 약 3조원을 신차 개발 및 생산에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투자 보류 발표에 따라 산은이 제공한 자금만 소진한 뒤 GM 측이 철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GM 본사는 2018년 실적 악화에 따라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됐을 때도 노조의 반발을 탐탁잖게 여긴 것으로 안다. 최근 노조의 파업 행위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노사 갈등은 한국 철수 가능성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GM 본사는 올해 코로나19를 계기로 자회사와 일부 공장의 인력을 대규모 감축하는 글로벌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산은도 한국GM의 노사갈등에 우려의 입장을 표했다. 산은은 “한국지엠은 수출물량 확대와 트레일블레이저 생산, 추가 신차 개발 등 경영 정상화 기반 마련을 위해 매우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매년 반복되는 노사갈등과 생산차질로 경영 정상화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점에 대해 2대 주주로서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