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코로나 시즌’ 대상·상금왕 움켜줬다

입력 2020-11-09 04:04
김태훈이 8일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의 2020시즌 최종전으로 열린 LG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4번 홀에서 티샷한 뒤 타구의 궤적을 바라보고 있다. 김태훈은 이번 대회에서 9위를 차지했지만 올 시즌 KPGA 투어 대상·상금 랭킹 1위를 확정했다. KPGA제공

김태훈(35)이 ‘코로나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대상·상금왕을 확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혼란 속에서 대상·상금 랭킹 1위를 끝까지 지켜 생애 첫 수상의 감격을 누렸다. 호주교포 이원준(35)은 투어 사상 최고령 신인왕 연령을 새로 썼다.

김태훈은 8일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 컨트리클럽(파72·7010야드)에서 코리안투어의 2020시즌 최종전으로 열린 LG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와 보기를 2개씩 맞바꿔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냈다. 완주 순위는 공동 9위. 하루 전 공동 2위에서 7계단을 내려간 탓에 우승은 불발됐다. 우승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몰아치고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쓴 재미교포 한승수(34)의 몫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김태훈은 대상 포인트 3251.70점, 누적 상금 4억9593만2449원으로 1위를 확정했다. 두 부문 석권은 2016년 최진호(36) 이후 4년 만이다.

김태훈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 15개 대회를 11개로 축소한 올 시즌 코리안투어에서 지난달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톱10’에 네 차례나 진입했다. 대상·상금왕을 향한 의지는 누구보다 강했다. 지난달 16~19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 출전 자격을 반납할 만큼 남다른 각오로 경쟁에 임했다.

당초 대상 포인트 랭킹 선두였던 김한별(24)은 더 CJ컵에 출전하면서 자가격리 기간과 겹친 같은 달 22~25일 비즈플레이 전자신문오픈에 불참했다. 그 결과로 김태훈은 대상 포인트 랭킹 2위에서 기존 선두 김한별을 앞질렀다.

김태훈은 어린 시절 골프클럽보다 하키스틱을 먼저 잡았다. 하지만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초등학생 때 큰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한 골프에서 전국체전 2관왕을 차지하는 재능을 뽐냈다. 김태훈의 인생을 바꾼 큰아버지가 프로야구 쌍방울 레이더스의 마지막 감독인 김준환(65)이다. 김태훈은 2007년에 데뷔한 코리안투어에서 14시즌을 보내면서 통산 4회 우승을 달성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시즌 누적 상금 4억원을 넘어섰다.

김태훈은 “코로나19로 늦게 시작한 시즌을 적은 대회 수로 완주했지만 대상과 상금왕을 확정해 뜻깊게 생각한다”며 “대상·상금왕을 노리고 코리안투어에 집중한 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35세로 역대 최고령 투어 신인상 수상자가 된 이원준. KPGA제공

이원준은 최종 합계 1언더파 287타로 단독 51위에 머물렀지만 명출상(신인상) 수상을 확정했다. 앞서 프로 이력을 미국·일본 등 해외에서 쌓고 올해 회원 자격을 얻은 코리안투어에서 지난달 비즈플레이·전자신문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2000년 당시 31세였던 석종률(51)의 사상 최고령 신인왕 수상 연령을 4년이나 늘렸다.

이원준은 “젊은 선수가 받을 상을 30대 중반인 내가 받아 미안하다. 앞으로 대상·상금왕도 노리겠다”고 말했다.

파주=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