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입니다.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미국에 가서 설득해야 합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8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 행정부가 재구성된 이후엔 코로나19, 중국 견제, 경제 문제 등으로 한반도 문제가 뒤로 밀릴 수 있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1월 20일까지 준비를 치밀히 해 우리 안을 들고 적극적으로 미국에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원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동맹 회복’ 기조 아래 한·미 대화 흐름이 진행될 것으로 봤다. 그는 “방위비 분담금의 경우 (10차 합의를)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졌고 북한 문제도 의논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도 주한미군 조정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그 조정이 우리 정부에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북한 견제를 주된 목표로 했던 주한미군의 구성과 기능이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전략의 일부로 바뀔 수 있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다만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김 원장은 예상했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이 지휘권을 갖는 것을 선호할 것이고, 실제 바이든 캠프 안에 전작권을 한국으로 넘기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견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를 설득하는 게 정부의 과제라고 김 원장은 지적했다.
김 원장은 한·미 관계 설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고 했다. 각국 정상마다 임기가 다르다보니 국내 정치가 국제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두드러졌고, 이것이 외교 현안을 해결하는 데 항상 타이밍이 늦어지는 상황을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바이든 측 접촉이 어렵지만 새로운 행정부 구성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트럼프 임기까지) 여러 현안에 대한 준비를 치밀하게 해놓고,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우리 안을 들고 곧바로 미국에 가서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바이든 캠프에 지한파 인사들 대신 일본과 가까운 인물이 많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 부분이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원장은 “오바마 행정부 8년간 미·일 관계는 사실상 밀월관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5년 당시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일 위안부 합의 도출을 환영한 일을 “충격적이었다”고 표현했다.
인권 측면에서 미국 민주당이 위안부 문제는 그동안 우리 편을 들었는데, 중국 견제를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보니 민주당이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이런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며 “미국이 중재자 역할로 들어오게 될 때 이를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끄는 외교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