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이든 시대 국제 질서 큰 변화에 능동 대처해야

입력 2020-11-09 04:02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7일(현지시간) 선거 승리를 선언했다.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국제 관계에서 ‘힘의 본보기일 뿐만 아니라 본보기의 힘으로써’ 주도할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불복의 뜻을 굽히지 않아 당분간 혼란이 계속되겠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이제 ‘바이든 시대’ 미국의 대외 정책과 한반도 정책에 선제적,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준비를 서두를 때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할 때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부를 만큼 큰 폭으로 달라질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게 하겠다”고 선언한 데서 드러나듯 노골적인 미국 최우선주의와 그에 따른 고립 불사라는 트럼프식에서 벗어나 전통적 대외 관계를 복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되 국제 규범과 질서를 준수하는 방향으로 대외 관계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국은 물론 중동 및 이란 등과의 관계에서 까다롭지만 무도하지 않은 기조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력으로 균열의 위기에 처한 한·미동맹은 신속히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한·미·일 3국 동맹의 역할과 비중이 커지고 북한 핵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강조될 수 있어 그간 갈등이 심화한 한·일 관계에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식의 하향식, 일괄 타결식이 아니라 충분한 실무협상을 거치는 단계적 해결 방식을 택할 공산이 크다. 북·미 정상 사이 개인적 친분에 기초한 일괄 타결의 가능성이 희박해진 만큼 시스템 변화를 염두에 둔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다만 대화를 통한 해결이란 기조는 계속될 것인 만큼 한반도 중재자로서 우리 역할에 대한 미국 새 행정부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소통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일 미국 방문길에 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 사이 공식 채널을 통해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른 안보 불안에 대처하는 것은 물론 미 조야, 특히 바이든 캠프와의 접촉을 늘릴 필요가 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없이 바이든 시대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또한 필요한 일이다. 다만 여야의 경쟁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일탈하지 않기 바란다. 외교 및 안보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불가피하고 막을 일도 아니지만 논란은 어디까지나 국경 안에서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