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세요.”
7일 전북 무주군 무주장로교회(박남주 목사) 청년 사역자인 우치언 목사의 말에 10여명의 청년이 눈을 감았다. 우 목사의 말은 계속됐다.
“각자 자기 집으로 갑니다. 내 방 책꽂이에서 사진첩을 꺼내 사진 한 장을 고르세요. 사진을 꺼냈다면 눈을 뜨세요.”
청년들이 모두 눈을 뜨자 우 목사가 질문을 던졌다.
“어떤 사진을 꺼냈나요.”
참석자들은 형제들과 벤치에 앉아 찍은 사진, 부모와 산책길에서 찍은 사진 등을 소개하며 각자의 추억을 끄집어냈다.
우 목사가 이날 진행한 교육은 ‘이미지 성경공부’다. 기독교교육연구기관인 액션메소드연구소 이영미 대표와 이미숙 연구실장이 우 목사와 함께 개발했다.
우 목사는 “성경공부 관련 세미나 등에서 세 사람이 만나 대화하던 중 공통 고민을 발견했다”며 “‘성경을 이론으로 접근하던 기존 교육 대신 삶 속에서 만나는 방법은 없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연구를 시작했고 7개월 뒤 이미지와 성경을 접목한 교재를 만들어 1권을 냈다. 지난 9월 2권도 선보였다. 교육방법은 간단하다. 목회자 등 교육자는 교재 속 주제별 이미지를 보여주고 질문을 던진다. 정답은 없다. 참석자들이 질문에 맞는 자기 이야기를 하면 그게 답이다. 이야기는 성경말씀으로 이어진다.
우 목사는 1권이 나오자 교회 청년교육에 적용했다. 수업의 진가가 발휘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됐을 때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이용한 비대면 수업에도 활용했다. 참여형 수업이어서 집중도는 떨어지지 않았고 기억도 오래갔다.
이날 주제는 ‘사진첩’이었다. 연관 성경구절인 누가복음 23장 38~43절을 보여주며 우 목사가 다시 질문했다.
“하나님이 기억하지 않았으면 하는 모습이 있습니까.”
박지후(27)씨는 “신앙의 암흑기를 걸을 때였다”며 “하나님을 내가 떠난 게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버린 거라 생각했고 하나님 생각이나 말씀대로 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박씨의 고백에 또 다른 참석자도 속내를 꺼냈다. 이경형(20)씨는 “주위 사람이 교회를 안 좋게 말할 때 나는 기독인이라 말하지 못했고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후에도 질문과 답이 오갔다. 이날 우 목사가 전달한 메시지는 추억이 깃든 사진첩 속 사진처럼 주님과의 추억을 만들라는 것이다.
이미지 성경교육을 도입했거나 소개받은 교회와 목회자는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무주장로교회는 조만간 중장년층으로 교육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코로나19로 맞닥뜨린 비대면 시대에 활용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존 3단계에서 5단계로 조정해 7일부터 적용했다. 충남 천안과 아산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은 1단계여서 교회 예배의 경우 예배당 좌석 수의 50%까지 종교활동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식사나 소모임은 자제해야 한다. 이미지 성경공부는 비대면으로 진행해도 교육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소통이 필요한 시대에 맞춤 교육이 될 수 있다.
이미지 성경공부 제작을 지도·감독한 서울신학대 황헌영 목회상담학 교수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교인들은 대화와 소통을 원했다”면서 “말만 하며 가르치던 방식에서 들어주는 형태로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언어가 다른 선교지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캄보디아 씨하눅빌에서 사역 중인 김선숙 선교사는 “10명 중 9명이 글을 몰라 성경책이나 성경공부 교재에 부담을 느낀다”면서 “그림을 보며 이야기하면 현지인들도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겠다 싶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무주=글·사진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