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상품에 만족하는지, 어디가 불편한지 구체적으로 말을 못 하니 기왕이면 가격대가 더 높은 걸 선택하게 돼요.” 반려견을 5년째 키우고 있는 이혜지(25)씨의 말이다. 이씨처럼 반려동물에게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펫팸족(pet+family)이 늘면서 관련 상품과 소비도 증가했지만 구매에 대한 만족도는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펫팸족은 지난해 1500만명을 넘어섰다. 반려동물용품 소비 증가세도 가파른 모양새다. 8일 CJ오쇼핑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반려동물 관련 상품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마켓컬리에서는 반려동물 상품 주문 시 1회 평균 구매금액이 전체 상품 1회 평균 구매금액보다 36% 높아 반려동물에게 비용 지출을 더 하고 있음이 확인됐다(1월~10월 26일 기준).
업계는 반려동물 관련 시장규모가 2018년 2조8900억원에서 올해 5조8000억원대로 성장하고, 내년에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용품 관련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26일까지 총 2만6000명(개별 시장당 1000명) 소비자를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한 결과 반려동물 관련 상품은 소비자 지향성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경고 시장’에 포함됐다. 특히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기 전 기대했던 수준에 어느 정도 접근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기대만족도 항목에서 반려동물 관련 상품은 2017년 대비 2020년 수치가 가장 큰 폭(-0.7)으로 하락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2017년에 비해 반려동물용품 시장은 다양화됐지만 그에 비해 소비자가 기대하는 만큼의 품질이 뒤따라오지 못해 그런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의 전반적인 품질이 낮다기보다 소비자의 기대치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대치가 높은 만큼 아낌없이 지불할 의향도 있었지만 기대하는 만큼의 제품을 찾는 건 쉽지 않다는 게 반려인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최모(35)씨도 “반려동물용품 가격은 전반적으로 너무 비싸다”며 “5만원가량을 주고 구매했던 반려견 옷은 재질이 좋지 않았고, 4만원 넘게 주고 산 자동리드줄은 줄이 제대로 늘어나지 않아 잘 쓰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일찍부터 진출했던 펫 푸드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는 비교적 높았다. 그러나 이제 막 진출이 늘고 있는 반려동물용품 관련 시장은 전반적인 품질 향상이 뒤따라야 할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상품 전반의 품질이 올라가려면 실력 있는 중견 이상 기업의 참여가 활발해져야 하는데 아직 그게 저조한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중견, 대기업의 참여로 품질 향상을 이끄는 혁신이 계속 이뤄진다면 소비자 만족도도 점차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