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3가에 가끔씩 찾아가는 카페가 있다. 여주인이 어찌나 친절한지 드나들 때마다 몇 번씩 인사를 한다. 존경하는 선생님을 모실 때도 이 카페에서 약속을 하는데 그분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이라고 했다. 혼자 꾸려가는 가게이지만 바쁜 중에도 힘들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언제나 즐거운 표정이다. 손님들의 기분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찾는 이가 많다 보니 밖에도 의자를 놓아 떨어지는 낙엽 아래에서 커피를 즐기도록 했다. 언짢은 일이 있어도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친절한 인사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즐겨 찾는지 모른다.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나갔다가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며칠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친구와 약속이 있어 카페를 찾았다가 “저, 선생님. 혹시 우산 두고 가시지 않았어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글쎄요. 우산을 가끔씩 잃어버리지만….” 그녀가 내미는 접는 우산은 분명 내 것이었다. 그제야 여기 두고 갔다는 것을 알았다. 우산에 쪽지를 붙였는데 ‘○월 ○일 13시 6번’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떤 자리에 누가 왔다 갔는지를 적어두면 찾아주기 쉬울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구석에는 손님들이 두고 간 서류 봉투와 책, 스마트폰 같은 것을 담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작은 물건이지만 잃어버린 사람에게는 소중할 것 같아 잘 보관했다가 돌려준다고 한다. 그녀의 친절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침에 출근해 점심의 피크타임을 마치고 오후 3시면 퇴근을 한다.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라 엄마 역할로 돌아간다고. 그리고 일찍 퇴근해야 시간제로 일하는 학생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서둘러 나갔다. 어렵게 일하면서도 두 명의 고등학생에게 장학금을 준다는 것도 알았다. 그녀가 새삼 거인처럼 느껴졌다. 이처럼 남모르게 착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이 더 향기롭지 않은가.
오병훈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