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득이 최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해 4월 경남 진주의 아파트에서 불을 지르고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치는 사고를 일으켰다. 안인득은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 재판부는 ‘이웃사람들이 괴롭힌다’는 피해망상이 그의 범행 동기가 되었기에 심신미약을 인정했다고 했다.
그는 2010년 자신을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유로 행인을 흉기로 찌른 후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2016년 7월 이후로는 치료를 받지 않았고 피해망상이 악화돼 여러 사고들을 일으켰다. 재판과정에서도 그는 “아파트를 불법개조하고 CCTV,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나를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신감정에서도 이웃들이 자신을 괴롭히고 감시한다는 피해망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병 환자들이 일으키는 범죄는 대부분 피해망상과 관련이 있다. 자신이 누구로부터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극심한 공포에 빠지는 경우도 많고, 때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먼저 다른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은 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그의 가족들은 치료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안인득은 윗집의 딸을 뒤쫓아가 욕을 하기도 하고 자신을 괴롭힌다고 윗집 앞에 오물을 뿌려 경찰에 몇 번이나 신고됐다. 그의 형은 동생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으나 거부당했다. 현행법상 강제입원(비자의 입원)은 보호 의무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보호자인 노모가 그 역할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의 형은 경찰이나 법원에 동생의 정신병력을 이야기하고 강제입원에 대해 문의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가족들의 노력에 부응하지 못한 시스템이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던 많은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자·타해 위험성이 있어야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타해 위험성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고 아무리 치료가 목적이지만 인신을 구속한다는 점에서 강제입원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빨리 치료가 필요한 응급상황을 잘 해결하지 못하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가 지게 된다. 가족들 역시 폭력의 위험성과 고통을 떠맡게 되었다. 보호자, 경찰, 의사 누구도 먼저 책임지고 나서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런 문제를 사법 혹은 준사법입원으로 해결한다. 법적인 권한을 가진 곳에서 강제입원에 대해 판단을 해 준다. 정신질환자에 대해 가족이 책임지는 제도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조속히 바뀌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정신질환에 의한 사고는 병의 증상 때문에 일어난다. 정신병은 치료가 가능한 뇌의 질환이다. 따라서 급성 응급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탈원화를 위한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
한국이 복지국가라는 허울 좋은 말만 내세우지 말고 이제는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다. 안인득의 범죄는 그가 치료를 잘 받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앞으로도 제2, 3의 안인득은 계속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우리 모두가 그동안 방조했던 책임으로 인해 나누어 가져야 할 무게인 것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