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기구 ‘지각’… 임상기관 지정 늦어져

입력 2020-11-10 17:45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생법)’이 시행 3개월 차에 접어들었지만 재생의료 임상시험 수행 의료기관 지정이 늦어지고 있다. 게다가 재생의료기관이 제출한 연구계획의 적합여부를 심의·의결하는 심의위원회도 이제 막 구성돼 관련 업계와 연구자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8월 28일 시행된 첨생법은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조직공학치료, 융복합치료 등 4개 분야의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실시 근거 마련과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전(全)주기 안전관리체계를 골자로 한다. 그간 규제로 막혀 있던 첨단재생의료 임상시험이 가능해졌지만, 연구를 할 수 있는 기관은 허가를 받은 재생의료기관으로 제한했다. 재생의료기관은 국가 소속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받아야 한다.

생물의약품을 연구하는 연구자 A씨는 “법은 만들어졌는데 (임상시험을) 심의하는 기구도 없고 어디에 문의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심의위원회가 전문가 패널로 구성돼 적어도 과학적인 관점에서 첨단기술을 이해하고 평가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뭐라도 갖춰져야 임상을 신청하든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줄기세포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B 업체는 “세부 규칙 등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문제들이 발생하면 업체들의 부담이 커질 것 같다. 지금도 임상 착수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법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의료기관이 관련 임상을 할 수 있도록 직접적인 지원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코로나19 총력 대응으로 제정 법령에 근거한 세부 지침 마련이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임을기 복지부 첨단의료지원관은 “코로나19 대응으로 인력이 빠져나가고 부서도 새로 꾸려지면서 심의위원회 구성, 재생의료기관 지정 등이 늦어졌다”면서도 “최근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제도 시행 관련 2개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마무리 작업을 끝내는 등 순차적으로 진행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 중 의료기관 신청을 받고 연말 안에 지정할 계획이다. 심의위원회도 민간전문가 20명으로 구성했다”며 “시행 초기이고, 마련해야 할 게 많다. 현재 담당 부서 인력을 뽑고 있고, 민간연구 조직도 만들면서 최대한 속도를 내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생의료에 대한 이해충돌 때문에 법 정착이 지연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은 “세부 규정 마련이 늦어지면서 (임상시험이) 빨리 진행되지 않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면서도 “복지부가 코로나19 대응으로 바쁘기도 하지만,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지침 등을 만드는 게 늦어지는 것 같다. 재생의료에 대해 인허가를 하려면 그에 맞는 연구가 있어야 하는데 성공 사례가 거의 없으니 법 시행에 맞춰 준비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상 사례가 없다고 해서 환자 안전성만을 강조하거나 치료 접근성만을 위해 규제를 풀 수는 없다. 하지만 모두를 충족시킬 수도 없다”며 “일본 등 다른 나라 사례를 참고해 빠른 시일 내에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러려면 각 케이스 마다 적용할 수 있는 세부적인 가이드라인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