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개표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이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며 충돌하고 있다. 선거 후 대혼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수십 명이 전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와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개표소 인근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개표가 진행 중인 건물 안으로 들어가 “개표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같은 날 뉴욕에서는 바이든 지지자들이 “마지막 한 표까지 다 세라”며 시위를 벌였다. 뉴욕 경찰은 방화를 시도하거나 쓰레기와 계란 등을 투척한 시위대 5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개표 중단 논란이 지지자들에게로 번지는 모양새다.
트럼프 지지 극우단체 ‘프라우드보이스’ 회원 4명이 4일 백악관 인근에서 피습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들은 술집에서 개표 방송을 보고 귀가하던 중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단체 회원들에게 흉기 공격을 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용의자 3명을 추적 중이지만 BLM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수개월간 이어져 온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이날 저녁 트럼프 지지자와 BLM을 비롯한 극좌세력이 도심 한가운데에서 대치해 주방위군이 배치됐다. 인근 상점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폭력 사태도 벌어져 11명이 체포됐다. 시위 현장에서 총기가 압수되기도 했다. 승패가 결정되지 않은 경합주인 네바다의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양측 시위대가 충돌했지만 유혈사태로 번지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부정과 관련된 각종 가짜뉴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애리조나주에서는 투표소가 제공한 특정 브랜드(샤피) 유성펜으로 투표하면 해당 표가 집계에서 누락된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일부 공화당 지지자는 한술 더 떠 이를 ‘샤피게이트’라 이름 붙이고 바이든 쪽으로 기운 선거 결과 자체를 부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