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높은 사전투표율과 그에 따른 개표 지연 사태, 초박빙 접전, 주마다 다른 우편투표 마감 기한 등으로 이번 미국 대선은 결과가 나온 후에도 소송전이 뒤따를 전망이다. 대선 승자가 연방대법원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캠프가 주요 격전지에서 법적 분쟁을 일으켜 당선자 확정을 늦추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연방대법원이 선거 분쟁에 무조건 개입하거나 개표를 중단시킬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는 개표를 둘러싼 정치적·법적 논란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펜실베이니아는 20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핵심 승부처로 우편투표만 300만장이 넘는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대선일인 3일까지 소인이 찍힌 투표용지가 사흘 뒤인 6일까지 도착하면 개표에 포함하도록 했다.
연방대법원은 펜실베이니아주의 개표 방침을 인정했지만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 선거 이후 이 문제를 다시 들여다볼 가능성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미 민주당 승리가 확정된 위스콘신주에도 “일부 카운티에서 결과의 유효성에 심각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부정행위가 있었다”면서 재검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조지아주에는 마감 기한을 넘긴 우편투표 용지들이 개표 대상에 포함됐다며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했다.
아직까지 미국의 주요 언론사 중 어디도 대선 승자를 확정 발표하지 않은 가운데 개표가 중단되고 소송전까지 이어진다면 ‘당선자 공백 사태’는 장기화될 수 있다. 2000년 대선에서 플로리다주의 개표 결과를 두고 연방대법원이 개입해 선거일 이후 한 달간 혼란이 벌어진 전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듯 극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을 강행해 연방대법원을 6대 3의 보수 우위로 재편한 상태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대법원에서 고스란히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조슈아 더글러스 켄터키대 로젠버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와 관련된 분쟁을 연방대법원으로 바로 가져올 수 없으며 ‘개표를 중단하고 나를 승자로 선언하라’는 것이 소송의 사유가 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밥 바우어 바이든 캠프 선임 법률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합법적으로 이뤄진 개표를 막기 위해 법원으로 가게 된다면 미국 대통령이 법기관 앞에서 겪는 가장 당혹스러운 패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연방대법원에 어필할지는 분명치 않다”면서도 “적절히 기재가 되고 시간 내에 제출된 투표용지 개표를 중단하도록 각 주에 강제하는 법적 사례가 없다. 법원의 권력은 제한적이고, 모든 주에 대한 관할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CNN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중요히 여겨야 할 부분은 지금 상황이 완전히 정상적이며 매우 예상됐던 상황이라는 점”이라면서 “연방 또는 주 법 가운데 어디에도 선거 당일에 승자를 가려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개표 당일 “우리는 이미 승리했다”며 “개표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CNN은 이어 “2016년보다 두 배 이상의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한 상황에서 개표 속도가 느리다는 건 과정이 매우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지금 집계되고 있는 표들은 주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행사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결정이 늦어지거나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한 후보가 없을 경우 공은 하원으로 넘어간다. 주별로 1명씩 선출된 하원 대표단이 과반수로 다음 대통령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