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미국 대선 역사상 처음으로 7000만표 이상 득표한 후보가 됐다. 승리를 코앞에 둔 바이든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치열했던 갈등은 뒤로 하고 이제는 통합과 치유, 그리고 하나의 국가로 함께 나아가기 위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수위원회 홈페이지를 곧바로 개설하며 정권 이양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험로가 예상된다.
바이든 후보는 대선 투표 다음 날인 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연설을 통해 대선 과정에서 분열된 국가 상황을 의식한 듯 모든 국민을 위한 지도자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그는 “민주당 지지로 만들어진 청색 국가도, 공화당의 적색 국가도 없다. 그저 미국만 있을 뿐”이라며 “우리는 더 이상 적이 아니며 미국인으로서 하나 되는 것은 우리를 갈라놓는 그 어떤 것보다 훨씬 강하다”며 선거로 갈라진 미국의 통합을 강조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인수위 홈페이지를 열고 당선 이후 계획을 알렸다. 인수위 홈페이지에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배경에 바이든 후보가 펜을 든 채 턱을 괴고 있는 사진이 전면에 걸렸다. 인수위는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부터 경기침체, 기후변화, 인종차별과 같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첫날부터 빠르게 달려갈 수 있도록 최대한의 속도를 내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후보 측이 인수위 출범 준비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시도와 상관없이 정권 이양 작업에 돌입해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인수위는 당장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동시에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보건전문가 태스트포스(TF) 구성 채비에 나서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대통령이 되더라도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이유로 정권 운영에 제약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초 민주당은 상원과 하원을 모두 싹쓸이하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를 기대했지만 상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다수당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놓치게 되면 바이든 후보는 1989년 조지 부시 대통령 이후 31년 만에 ‘의회를 장악하지 못한 대통령’이 된다. NBC는 “민주당이 내놓을 진보적인 법안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AP통신은 연방선거위원회(FEC) 자료를 인용해 이날 오후 2시38분 기준 바이든 후보가 전국 득표수 7033만표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대선 당시 올린 최고 기록인 6950만표를 넘은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오후 7시 집계에서는 7100만표를 넘어섰다.
같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770만표를 얻은 것으로 집계돼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6589만표)가 기록한 탈락자 최다 득표수를 넘어섰다. 개표가 마무리되면 두 후보는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당선자와 탈락자로 각각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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