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는 5일 미국 대선의 최종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며 대선 결과 시나리오별로 대응 기조를 검토했다.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한·미 공조는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물밑에서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당선 시나리오에 무게를 싣고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교부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돼도 북·미관계가 원점으로 회귀하진 않을 것으로 봤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바이든 후보 당선 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톱다운식 외교로 조성된 북·미관계의 성과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지적에 “바이든 후보도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을 중시하고, 긴밀한 (한·미) 공조를 통해 비핵화와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중요성에 공감이 있다고 확신한다”며 “(북·미 관계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오는 8~11일 미국을 방문해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한 뒤 미 민주당 의원과 바이든 후보 캠프 측 인사들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통상 패한 후보의 승복연설을 대선 결과 확정의 기준으로 보고 있고, 우리 정부는 이에 맞춰 대통령 축전을 보내고 당선인과 전화통화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소송을 통해 장기전으로 들어갈 태세지만, 정부는 선거인단 투표가 있는 12월 14일 정도면 결과가 정리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직접 영향을 받게 될 대북 정책도 살펴보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바이든 후보 당선 이후 남북관계 전망을 묻는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포스트 ‘전략적 인내’를 잘 준비해서 한·미 간 공조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며 “바이든 정부가 기존의 대북 전략을 리뷰하는 시간을 우리 정부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대북 전략이나 남북관계 개선 속도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이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경제 압박으로 일관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반복할 수 있지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포용 정책을 재연할 수도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해 판문점선언 비준과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결의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를 강조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미국 정부가 남·북·미 대화를 재개할 요건도 만들어야 한다”며 “정기국회에서 판문점선언 비준과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미국에 큰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의원외교도 빠르게 가동해야 한다. 미국 의회가 정책 결정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며 통상교섭채널 확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민주당은 한반도TF 단장인 송영길 의원을 중심으로 방미단을 꾸려 오는 16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임성수 김영선 박재현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