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투표일로부터 이틀이 지난 5일 오전(현지시간)까지 개표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지역은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 펜실베이니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조지아주, 알래스카주 6곳이다. 다만 알래스카주는 배정된 선거인단이 3명이고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 지역이라서 판세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나머지 5곳은 모두 표차가 1~3% 포인트 수준으로 근소한 데다 우편투표 개표가 아직 남아 있어 최종 결과를 보려면 수일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의 개표 중단 소송도 최종 결과 확정을 지연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확정 5개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은 펜실베이니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 조지아주 3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3곳 모두에서 막판까지 우세를 유지하더라도 최종적으로 확보하는 선거인단은 과반수인 270명에 미달해 재선에 실패하게 된다. 반대로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에서 앞서나가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이 두 곳을 끝까지 수성하면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하며 승리를 거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기려면 일단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 중 한 곳을 바이든 후보에게서 반드시 빼앗아야 한다. 애리조나주는 공화당 지역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반(反) 트럼프 정서가 드러나면서 바이든 후보가 강세를 보였다. 폭스뉴스는 애리조나주 개표율이 73%였던 3일 오후 11시20분쯤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다. AP통신도 이튿날 새벽 폭스뉴스와 같은 분석을 내놨다. 애리조나주에서 라틴계 인구 비중이 높아지고 캘리포니아주 출신 이주자가 늘어 과거보다 민주당 성향이 강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애리조나주에서는 개표 후반부에 접어들며 트럼프 대통령이 다소 격차를 줄이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율 75%에서 10% 포인트 가까이 뒤쳐졌으나 그 이후 갈수록 표차가 줄어 개표율 86%인 현재 격차는 2.4% 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리조나주에서 막판 역전을 이뤄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워졌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주요 언론들도 애리조나주를 미확정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네바다주도 언제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은 초접전 양상이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개표율 86% 기준 49.3%를 득표, 48.7%인 트럼프 대통령을 0.6% 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이곳에서 2.45% 포인트 차로 패했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은 네바다주에서 역전을 노리며 집중 유세를 벌였지만 현재로서는 라틴계 인구와 라스베이거스 등 대도시의 민주당세가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네바다주 선거 당국은 현지시간으로 5일 낮 12시까지 한시적으로 선거 결과 공표를 중단했다. 개표 작업을 진행하는 일부 카운티의 관계자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고 네바다주 선거 당국 대변인이 설명했다. 네바다주 당국은 사전 현장투표와 선거 당일 현장투표는 모두 집계에 넣었으나 우편투표는 지난 2일 접수분까지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 조지아주의 상황도 유동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89% 개표 기준 50.7%의 득표율을 보여 48.1%인 바이든 후보를 2.6% 포인트 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 중반 67만5000표까지 표차를 벌리며 승리를 확정 짓는 듯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가 많은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 등 도시 지역의 개표가 시작되면서 16만여표까지 격차가 줄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율 95% 기준 50.1%를 얻어 48.7%인 바이든 후보와의 격차가 1.4% 포인트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지만 그로부터 하루가 지난 시점까지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우편투표 개표 절차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투표 당일인 3일까지 발송된 우편투표 용지를 오는 12일까지 접수할 방침이다.
조지아주는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공화당 강세가 뚜렷한 지역이었으나 이번 대선에서는 초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6% 개표 기준 49.6%를 득표해 49.2%를 얻은 바이든 후보에게 고작 0.4% 포인트 앞서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주에서도 개표 초반 여유 있게 앞섰지만 애틀랜타 등 도시 지역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몰표가 쏟아지며 추격을 허용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