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한국 통상 당국은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 구조상 자유무역주의를 옹호하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은 확실한 호재다.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총수출 증가율이 연평균 최대 2.2% 포인트 더 늘어난다는 분석도 내놨다. 반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결선에 오른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시계(視界)는 흐릿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각에서 발표했던 지지 입장이 바뀔 수 있다. ‘아름다운 퇴장’을 위한 시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정부처럼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울 가능성은 낮다. 미 연방 상원의원 외교위원장, 부통령 재임 당시를 되짚어보면 다자 간 협상을 선호하는 성향이 드러난다. WTO 체제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룰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유무역주의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 철회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복귀와 함께 유럽과 함께하는 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미·중 관계도 호전된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5일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높인 관세를 바로 철회는 안 하더라도 단계적으로 수출 장벽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바이든 후보 당선 효과로 한국의 총수출이 연평균 0.6~2.2% 포인트 더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연간 0.1~0.4% 포인트 더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의 토대이기도 하다.
악재도 있다. 신임 WTO 사무총장 선거 결선에 오른 유 본부장의 거취 문제다. 16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후보보다 뒤처졌다. WTO 관례상 선호도에서 밀린 후보가 사퇴하면 최종 후보를 만장일치로 추대하면서 사무총장이 탄생한다. 하지만 미국이 유 본부장을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이 과정이 꼬였다. 정부도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었다.
이 상황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변했다. 아직 대통령 취임 전이고 내각도 갖추지 못했다는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기존 미국 입장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 한 정부 관계자는 “유 본부장이 사퇴 시점 등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분간 신임 통상교섭본부장 인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