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의 승자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로 굳어지고 있다.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이지만 바이든 후보는 7200만표를 얻어 총 투표의 50.4%를 차지했다. 미 대선 역사상 최다 득표수를 경신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6860만표를 얻었다. 득표율이 48%에 달한다. 코로나19 방역 실패와 인종 간 증오를 부채질한 무책임한 언행에도 미국 유권자의 절반가량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것이다. 지역적으로는 농촌과 대도시·교외 간 분열이 극명하다. 미시간, 위스콘신 등 경합주의 선거 결과 지도를 보면 몇 개의 파란색(민주당 상징색) 점을 빨간색(공화당 상징색)이 사면으로 포위한 양상이다. 인구가 밀집한 도시에서는 바이든 후보 지지표가, 광활하지만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 지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표가 쏟아졌다.
쏠림 현상은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맞붙은 2016년 대선 때보다 훨씬 심해졌다. 고졸 이하 학력자를 중심으로 한 백인의 공화당 지지율, 유색인종의 민주당 지지율은 더욱 높아졌다. 미국은 한 나라가 아니라 두 개라는 게 과장이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가 미국은 거의 통치 불능(ungovernable)이라고 할 정도다. 이처럼 격렬하면서도 대등하게 쪼개진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은 어떤 정치지도자에게도 거대한 도전이다. 바이든 후보가 승리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4일 “우리는 적이 아니다. 단결하고 치유하며 하나의 국가로 뭉쳐야 한다”고 통합 메시지를 낸 것도 그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가 앞으로 공화당의 주요 지지층인 농촌 주민과 제조업 지역 백인 노동자층을 포용하는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미국의 분열은 내전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
한국에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이번 정부의 주요 국정 의제인 소득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 해소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민간의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서 소득 분배는 더 악화했다. 진영 논리와 편 가르기가 횡행하면서 사회 구성원 간 불신과 갈등도 깊어졌다. 여권의 언행 불일치로 공정과 평등의 가치가 희화화되는 것도 문제다. 한국은 미국과 같은 다민족·다인종 사회가 아니므로 딴 나라 일이라고 할 게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덮여서 그렇지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훨씬 심각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바이든 후보로 정권이 교체된다면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겠지만, 이번 미국 대선이 주는 교훈을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설] 격렬하게 나뉜 ‘두 개의 미국’… 한국에 반면교사다
입력 2020-11-0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