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맘 떠난 장관들로 중차대한 정책 제대로 추진되겠나

입력 2020-11-06 04:02
연말연초 개각설이 나오면서 관가는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다. 특히 사의 표명을 했다가 반려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구체적인 교체 대상 명단까지 공공연히 나돌면서 해당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선 설왕설래가 한창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정기국회 예산안 심의가 끝나는 다음 달 하순쯤 개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1년여 남은 임기를 뒷받침할 마지막 내각일 가능성이 크다.

통상 임기 말 내각은 그동안 추진해온 각종 정책을 순조롭게 잘 마무리할 인사로 구성된다. 하지만 평상시 그런 임기 말 내각을 구상하기엔 지금 상황이 만만치 않다. 당장 코로나19 사태를 어떻게 잘 극복해나가느냐가 가장 큰 과제다.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는 물론 미국 대선 결과와 일본의 최고지도자 교체 영향에 따른 한·미, 한·일 관계 재정립 등 시급하게 대처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경제 사령탑인 홍 부총리는 공개적인 사의 표명으로 물의를 빚었다. 부동산 정책을 비롯해 몇몇 정책 분야에선 실패와 혼선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엔 검찰 개혁 방향을 놓고 갈등까지 확산돼 민심 이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는 장관들도 있다.

공공연하게 경질 가능성이 제기되거나 이미 맘이 떠난 장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리 없다. 인사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개각 시기는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4·15 총선으로 여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직후 대폭적인 개각을 통해 분위기를 일신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안보 라인만 소폭 개편하는 데 그쳐 국정 전반이 다소 느슨한 상태로 방치된 측면이 있다.

제때 개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책 혼선이 가중되고 국정은 더욱 흔들려 자칫 레임덕이 심화될 수 있다. 중차대한 시기인만큼 능력과 소통을 겸비한 인사로 대폭적인 개각이 과감하고도 신속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아울러 그동안 많은 논란을 야기한 노영민 비서실장 등 청와대 비서실 참모진도 쇄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