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신웅 (25·끝) 사랑하는 형제님들, 주님 은총 언제나 함께하기를

입력 2020-11-09 11:09 수정 2020-11-09 17:05
김신웅 장로가 지난 3일 출소자들에게 자필로 작성해 보낸 편지의 일부.

사랑하는 형제님들에게,

38년 동안 청송 교정시설에서 교정위원으로 갇힌 자와 풀린 자들에게 복음을 전한 김신웅 장로입니다. 국민일보를 통해 나의 안부를 전하며 여러분의 축복된 삶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씁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전국이 경색됐지만, 말씀 안에서 거듭난 여러분들과 하나님은 늘 함께하실 것입니다. 여기서 만난 수많은 형제 가운데 한 분의 사연을 전할까 합니다.

20여년 전, 출소한 지 3년 된 김명식(가명)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나에게 은색 상자에 든 ‘행운의 열쇠’를 내밀며 “전남 작은 마을의 시골교회에서 사역하는 출소자 전도사님의 신학대학원 학비를 걱정하는 장로님의 모습을 봤습니다. 아내와 의논 끝에 우리 집 재산목록 1호인 이 ‘행운의 열쇠’를 팔아서 그분의 학비에 보탬이 되고자 가져왔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 행운의 열쇠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던 나는 “이것만은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제가 살아가는 데 불필요한 물건이 바로 이 금붙이입니다. 어디를 가도 이것이 집 안에 있으니 불안하고, 혹시 도둑이나 맞지나 않을까 매번 열쇠함을 열어보는 것 때문에 언젠가는 치워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도사님에게는 학비가 충당돼서 좋고, 저는 물질의 욕심을 훌훌 털어버리는 계기가 되지 않겠습니까”라며 기어코 행운의 열쇠를 손에 쥐여주고 갔습니다.

가난한 출소자 전도사의 학업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은 황금의 열쇠를 받아들고 흐르는 눈물을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신장 기증자입니다. 출소 후 ‘내 인생의 새 출발은 한 생명을 구하는 선한 삶이 함께해야 한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죽어가는 신부전증 환자에게 자신의 한쪽 신장을 기증했습니다. 금 10돈의 행운의 열쇠는 바로 명식이의 신장기증을 기념하며 장기기증본부에서 준 기념품이었습니다.

이 사연을 들은 명문교회 이덕진 목사님은 깊이 감동하고 “그것을 팔면 38만원밖에 안되니 내가 50만원에 사서 부흥회를 다닐 때 그 열쇠를 보이면서 간증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날 밤 나는 전남의 조 전도사에게 그 돈의 내역을 설명하며 “사랑과 은혜가 충만한 목사가 돼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우리는 작은 손을 움켜쥐고 이 땅에 손님처럼 와서 어머니 품속에서 사랑을 배웁니다. 우리의 손이 커가며 물질의 욕심도 커지고 힘이 세질수록 권세의 욕심도 커집니다. 성공 속에 두 손이 부끄럽지 않고 우리의 손이 다시는 주님의 손을 못 박지 않는 모두가 되길 바랍니다. 진정한 의미의 성공은 사랑을 나누며 믿음의 삶을 사는 자입니다.

교정선교의 뒤안길에서 수많은 출소자를 만나며 좌절하고 실망하면서도 한 번씩 소낙비처럼 내리는 이런 감동 때문에 나는 또 일어섭니다. 하나님의 크신 은총이 언제나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청송에서 김신웅 장로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