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관리 컨트롤타워 안보여… 독립기관 설립 고려해야”

입력 2020-11-06 04:02
장석환 댐관리조사위원회 위원장이 4일 경기도 포천 연구실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바른 통합 물관리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 교수는 “통합 물관리는 각 부처에 산재해 있는 물관리 기능을 한 곳에서 통합 컨트롤하는 개념으로 가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물관리청(가칭)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진대 제공

올여름 우리나라는 역대 최장 기간(54일) 장마로 댐이 범람하고 하천 제방이 무너지는 등 대규모 홍수 피해를 겪었다.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지역에선 42명의 인명 피해와 8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물관리 일원화는 선언적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 홍수 피해를 계기로 진정한 통합 물관리의 의미와 올바른 방향을 총 6회에 걸쳐 각계 전문가 인터뷰로 짚어본다.

장석환 댐관리조사위원회 위원장(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은 지난 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여름 홍수 피해는 물관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발생한 시스템재(災)”라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통합 물관리 정책을 잘 이행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홍수 피해 조사는 댐 관리 규정이 잘 지켜졌는지도 중요하지만 댐이 폭우를 감당하지 못할 만큼 태생적 한계가 있었는지,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하류 하천 제방 관리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8월 홍수 피해 무엇이 문제였나.

“비가 많이 왔다. 하지만 강우에 비해 피해가 더 컸다. 물 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시스템재다. 폭우에 대처할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았다. 2018년 6월 국토부의 수자원 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됐지만 아직도 하천 관리 권한은 국토부가 갖고 있다. 조사정보·의사결정·시설연계 운영이 제각각이었다는 점도 문제다.”

-반쪽짜리 통합 물관리라는 지적도 있는데.

“부정할 순 없다. 통합 물관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단순히 국토부 수량을 환경부에 가져다 놓는다고 통합 물관리가 아니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물 관리 기능을 한 곳에서 통합 컨트롤하는 개념으로 가야 한다. 환경부가 산재돼 있는 물 관리를 리드하고 조정하는 역할이 부족하다. 화학적 결합 노력도 마찬가지다. 환경부 중심의 통합 물관리가 출범한 지 2년이 됐지만 아직도 수량 조사는 수자원조사기술원에서, 수질 조사는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맡고 있다. 유역관리 실행을 담당하는 유역환경청에는 수자원 담당 부서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위기관리 매뉴얼조차 없는 상태다.”

-올바른 홍수 피해 조사 방향은.

“다섯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 첫째, 올여름 홍수 피해와 관련해 댐 관리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가 중요한 사항이다. 둘째, 댐이 호우를 감당하지 못할 만큼 태생적 한계가 있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셋째는 오랜 기간 마른 장마가 지속하면서 댐 운영 관련 경험 부족에 의한 문제가 있었는지, 관리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넷째, 댐 방류를 승인·결정하는 과정에서 홍수통제소와 수자원공사 간 역할과 의무도 점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토부에서 관리하는 하류 하천 제방 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치수 대책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내년에도 올해 같은 장맛비가 내릴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라니냐 현상’도 관련이 있다. 2011년 7월 서울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그해 동해안에 1m 폭설이 내렸던 시기도 라니냐 기간이었다. 2016년부터 2018년 여름에는 불볕더위와 마른장마,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다. 겨울엔 눈이 안 왔다. 이때는 엘니뇨 영향 시기였다. 한동안 엘니뇨 시기가 지속하다가 올해를 기점으로 라니냐 영향권에 들어왔다고 보면 된다. ”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바람직한 홍수 대책은.

“인적·물적 투자가 필요하다. 지난 수년간 가뭄을 겪으면서 치수 대책에 소홀했다. 2010년 초에는 수자원·치수 관련 예산이 2조3000억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1조원이 채 안 된다. 국가 전체 예산 512조원 중 0.2% 투자도 이뤄지지 않는 거다. 도로·철도에 쏟아붓는 예산이 16조원, 도시재생 사업에 들어가는 재원이 48조원 규모다. 치수 대책은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다. 전문가 시스템 확립도 아쉽다. 물 관리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정책과 의사결정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견제와 검증은 주민·비정부기구(NGO)와 함께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집중호우와 국지성 호우가 빈발하는 만큼 획일적인 설계 빈도와 하천 관리를 유연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댐 무단 방류도 종종 문제가 되는데.

“북한과의 ‘공유하천’ 협력이 필요하다. 올여름 강원도 철원 지역의 한탄강이 범람한 데 이어 임진강 지류 하천의 추가 범람 우려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임진강 유역에는 최근 15년간 남북한 합쳐 댐이 7개 건설됐다. 매년 홍수 때는 황강댐 방류의 위험이, 봄철에는 북한 댐의 유역 변경으로 임진강 하류 지역은 수자원 고갈이 걱정이다. 정보 공유와 물 관리를 공동으로 할 수 있다면 편익을 남북한이 나눌 수 있다. 공유하천공동관리위원회 설립이 필요하다. ”

-성공적인 통합 물 관리를 위해 조언한다면.

“물 관리 주체는 각 부처에 산재해 있다. 전반적인 수량과 수질은 환경부, 하천 관리는 국토부가 담당하고 있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농업용 댐과 수로는 농림축산식품부, 수력발전 댐은 산업통상자원부, 지자체에 산재해 있는 소하천은 행정안전부가 맡고 있다. 통폐합 물 관리 일원화가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강력한 통합·조정 기능을 가진 기관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하천 관리 일원화가 필요하고 장기적 관점에서는 환경부에서 독립된 기관으로 물관리청(가칭)을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포천=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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