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이들의 친구’ 다마스·라보… 내년에는 못 사요

입력 2020-11-09 04:02

몸집은 ‘앙증맞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작다. 겉모습과 달리 지난 30년간 씩씩하고 야무진 모습으로 전국 곳곳의 비좁은 골목길과 도심을 활보해 왔다. ‘소상공인의 동반자’로 불리는 국내 유일의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가 내년 생산 종료를 앞두고 있다. 뛰어난 경제성과 적재능력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던 터라 많은 이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다마스와 라보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함께 이끌고 지켜본 모델이다. 1991년 한국지엠(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는 ‘경상용차’로 분류되는 다마스와 라보를 출시했다. 다마스는 스페인어로 ‘친한 친구’를, 라보는 그리스어로 ‘일하다’는 뜻을 지녔다. 애초부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만들어졌던 셈이다.

두 차량은 꽃집이나 푸드 트럭, 세탁소, 화물 용달, 청소업체, 퀵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업종에서 활용돼 왔다. 30년이나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어 친숙함을 주고 있다.

참 많이도 팔렸다. 8일 한국GM에 따르면 두 차량의 30년간 누적 판매대수는 37만2452대다. 한국GM 관계자는 “다마스와 라보는 국내 유일의 경상용차인데다 특장점을 대체할 경쟁차량이 없어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경제성, 높은 활용도와 기동성 등이 꾸준한 인기 비결이었다. 차량 가격은 8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데다 상용차 중 유일하게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개별소비세와 취등록세 면제, 주차요금 및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등으로 차주들은 지출을 크게 줄이고 수입을 늘릴 수 있었다.

탁월한 적재공간도 강점이었다. 다마스 밴모델은 450㎏, 라보는 550㎏까지 적재할 수 있어 상용차로 쓰기 안성맞춤이었다. 차가 작고 가벼워 좁은 골목길이나 오르막길에서도 빼어난 기동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다마스와 라보는 이미 한 차례 생산 중단 위기를 겪기도 했다. 2014년 정부의 자동차 배출 가스 규제와 안전기준 강화에 따라 추가적인 기술개발 비용이 발생해 생산을 지속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지속적인 생산을 요구하면서 정부는 조건부 유예 방안을 내놨다. 한국GM은 국내 자동차 산업 및 경제 활성화를 고려해 현재까지 추가로 연장 생산을 해왔다.

한국GM은 내년 1분기 다마스와 라보의 생산을 종료한다. 한국GM 측은 “마지막까지 고객들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고, 최대한 많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구매하는 고객들에게는 조건부 장기·저금리 할부, 재구매 혜택, 유류비 지원 등 다양한 할인을 제공키로 했다.

다마스와 라보가 생산되고 있는 한국GM 창원공장은 차세대 글로벌 신차 생산을 위한 재정비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작은 차 큰 기쁨’이라는 출시 당시 슬로건처럼 소상공인들의 발 역할을 했던 두 차량은 작은 역사와 추억을 우리 곁에 남기고 떠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