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아픔·개인 고난 극복한 룻의 비결 세 가지

입력 2020-11-06 03:02
저자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그리스도인이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데 앞장서자고 권한다. 사진은 사람들이 손을 맞잡은 모습. 픽사베이

구약성경 속 룻기의 배경은 사사시대다. 왕 대신 사사가 이스라엘 민족의 구심점이 된 이 시기 특징은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살았다’는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삿 17:6) 탐욕을 채우기 위한 우상숭배가 횡행했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이들의 수는 점점 줄었다. 여기에 흉년까지 맞물리면서 이스라엘 백성의 삶은 점차 팍팍해진다.

고신대 신학과 교수인 저자는 룻기가 살았던 사사시대가 오늘날 한국사회와 여러모로 닮았다고 본다. 우리 사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경제·사회·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교회 역시 코로나19 대응에 미흡한 모습을 보이면서 대사회 신뢰도와 영향력이 바닥을 치는 상황이다. 적잖은 성도들은 기독교인이 혐오의 대상이 된 듯한 사회 분위기에서 고통스러워하며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기약없이 길어지는 코로나 시대에 그리스도인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까. 저자는 3000여년 전 사람인 룻에게서 그 해법을 찾는다. 이방 여인 룻은 하루아침에 남편과 재물 등 모든 것을 잃었음에도 신앙을 버리지 않고 시어머니인 나오미를 돌본다. 하나님을 믿는다면서도 절망 속에 갇힌 대다수의 이스라엘 백성과 대조적이다. 낯선 땅에서 취약계층이 됐음에도 소망을 놓지 않던 룻은 친족 보아스와 결혼해 다윗 왕가의 조상으로 편입된다.

저자는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고난을 극복한 룻의 비결로 3가지를 꼽는다. 언약과 부활, 용기의 신앙이다. 룻은 이방인이었지만,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자는 그의 자손이 된다는 언약을 믿었다. 절망 가운데 희망을 주는 하나님을 믿으며 담대하게 신앙을 지키는 편을 택한다. 교회에겐 사회적 약자인 룻과 나오미를 돌본 보아스의 이웃 사랑과 환대의 정신을 배우라고 주문한다. 저자는 “구약시대에 이스라엘이 포로 생활을 한 이유 중 하나는 고아와 과부, 나그네와 소작농 등 가난한 사람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오늘날 새 언약 백성인 교회도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룻의 시대에 닥친 흉년의 원인을 논하며 코로나19 사태가 온 이유도 함께 짚는다. 영국의 신학자와 수학자인 톰 라이트와 존 레녹스 박사, 미국 신학자 존 파이퍼와 월터 브루그만의 코로나 신학서 속 통찰을 두루 인용한 그는 “고난의 원인을 정확히 헤아릴 순 없더라도, 신자들은 그 가운데 자신을 돌아보며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하나님은 그분의 백성이 사는 모습을 보며 이 땅의 상황을 움직인다”며 “나라와 사회가 처한 상황에 책임의식을 갖고 맡겨진 사명과 기도에 힘쓰는 그리스도인이 되자”고 권한다. “힘든 시대를 살아가지만, 그럴수록 우리가 사랑을 실천할 때 성경이 제시하는 구원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