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에 온라인 사역·IT 선교는 선택 아닌 필수

입력 2020-11-06 03:06
양춘길 미국 필그림선교교회 목사(윗줄 왼쪽서 두 번째)가 지난 5월 파송 및 후원선교사들과 함께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요즘 ‘시대를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구분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사회 전반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현저하게 달라졌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싫든 좋든 코로나 팬데믹은 4차산업혁명을 급격히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코로나19가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은 교회에도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성공주의에 빠져 더 많이 모이고 더 크게 예배당을 짓고 더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개교회 성장을 추구하던 교회의 발걸음을 코로나19가 멈춰 서게 했다. 그동안 말은 해왔으나 실제적인 변화가 미비했던 부분에 관심과 노력을 쏟게 했다. 그중 가장 먼저 일어난 변화가 비대면 예배다.

필그림선교교회도 지난 3월 중순부터 예배 등 교회 내 모든 모임이 중단됐다. 미국 뉴저지주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락다운(Lock down)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다른 교회와 다름없이 우리도 서둘러 주일예배, 새벽기도회, 각종 회의 등을 온라인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온라인 예배를 안정적으로 드리게 됐고 8개월이 지난 지금은 온라인 주일예배, 주일학교 예배, 각종 성경공부, 기도회와 소그룹 모임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서 제한된 수의 성도들이 교회에 나와 현장예배도 함께 드리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교인은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린다.

온라인 예배는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생겨난 것이 아니다. 벌써부터 인터넷 처치, 새틀라이트 처치, 온라인 처치 등이 생겨나면서 영상예배가 발전해 오고 있었다. 적지 않은 교회가 주일 기존 예배시간 영상을 사용해 오고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또는 녹화된 예배를 송출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이제는 모든 교회가 온라인 예배를 드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좋든 싫든 코로나가 촉매제가 돼 인터넷 활용과 온라인 예배의 변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현실적으로 온라인 예배와 현장 예배를 병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많은 교회가 이제는 온라인 예배의 저변 확대와 질적 향상,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에 많은 지원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온라인의 특성이고 강점이다. 나 자신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인터넷 채널을 접하게 됐다.

특히 그것이 얼마나 치밀하고 강렬하게 전 세계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에 침투해 들어가 문화 경제 사회 정치 교육 윤리와 신앙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피부로 느끼면서 심각한 우려와 영적 위기를 느꼈다.

양춘길 목사가 지난 4월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기 위해 사택 지하실에 설치한 영상장비.

인터넷 문화, 유튜브와 같은 영상 문화가 온 세상을 이미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대하면서 ‘그동안 우리 교회는 뭐 하고 있었는가’ 하는 자책이 들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인터넷상에서 이미 영적 전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면서 오늘의 교회, 특히 미셔널 처치를 꿈꾸는 교회들에게 있어 온라인 사역과 IT(정보통신기술) 선교는 더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깨달았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변화해 영적 싸움에 대처하도록 하나님께서 코로나를 촉매제로 주셨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위해서 말이다.

코로나19는 예배뿐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촉매제가 되고 있다. 예배와 기도로 가정을 세우는 일, 잘 모일 뿐 아니라 건강하게 흩어지는 교회, 전략적 전도와 선교, 건강한 영성과 제자훈련, 삶을 나누는 소그룹 사역,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교회의 연합 등 미셔널 처치를 위한 원칙과 방법이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 필요성이 더욱 확고해졌다. 변화의 속도도 붙게 됐다.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크고 많고 화려한 것을 추구해온 교회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통해 주시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작은 단위에 충실하고 낮아져 겸손히 이웃과 지역사회를 섬기는 미셔널 처치로 거듭나라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리스도의 신실한 제자로 세우고, 가정에서부터 예배와 신앙교육을 하라는 것이다. 흩어져 살아가는 삶의 영역마다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의 영향력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선교적 삶을 살아가는 교회와 개인이 되라는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는다.

“우리가 그를 전파하여 각 사람을 권하고 모든 지혜로 각 사람을 가르침은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려 함이니 이를 위하여 나도 내 속에서 능력으로 역사하시는 이의 역사를 따라 힘을 다하여 수고하노라.”(골 1:28~29)

양춘길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