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 가는 것 자체가 큰일이에요. 검진을 못 받으니 치아가 썩는지 어떤지도 모르고 일단 썩는 게 눈에 보이기 전까진 기다리자, 나중에 병원에 가서 한꺼번에 치료하자며 두고 보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2급인 아들 김동환 군(12살)을 키우는 어머니 류승연 씨의 말이다. 지난해 장애인구강센터를 방문한 것을 마지막으로 동환 군의 치과 진료는 아주 미뤄뒀다. 류씨는 “초등학교 저학년이 되니 동네치과에서는 거부하고, 장애인진료센터는 4개월 이후에 예약이 된다고 하더라”며 “결국 센터에 꼬박 대기하다가 잠깐 비는 시간에 치료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장애인들의 치과 접근성이 매우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치 치료는 물론 간단한 검진도 수개월을 대기하고, 그마저도 이동의 어려움 등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의 치과 진료를 담당하는 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중앙센터 1곳과 권역센터 10곳을 포함해 총 11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11곳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서울대치과병원이 운영하는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의 경우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지만 한 해 국고보조금은 약 3억원에 그쳤다. 민간기부금 등으로 모자라는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센터들의 평균 대기시간을 분석한 결과 초진에서 전신마취 진료까지 평균 106일이 걸렸다.
치과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중증 장애인들의 치아상태도 대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2015년 장애인구강보건실태조사에서는 ‘치은염 및 치주질환’이 장애인의 다빈도 질환 1위로 지목되기도 했다. 장애인과 가족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집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정부도 개선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앞서 2018년 중증 장애인과 치과 병·의원을 대상으로 장애인치과주치의 시범사업을 시행했지만 중증장애인 97만명 중 811명만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등 저조한 결과를 냈다. 올해도 부산, 대구, 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 2단계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장애인들의 치과진료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치과 현장에서도 어려운 현실을 전했다. 박종진 대한치과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장애인 치료 수가가 과거보다 조금 나아졌지만 턱없이 부족한 조건이다. 또 일반 치과는 중증장애인을 치료하기 위한 특수 장비와 인력이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고, 장애분야 전문성이 없어 환자의 행동조절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곽은정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 교수(구강악안면외과)는 “한 사람의 장애인 환자를 진료할 때에도 다수 인력의 보조, 많은 시간과 높은 노동 강도가 수반된다”며 “장애인 치과 진료 전문인력(치과의사, 치과위생사, 마취전담의사, 마취전담간호사)의 양성과 제도적 차원의 보조가 필요하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센터의 확충과 지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의 설립을 통해 접근성이 용이한 각 지역센터에서 유지 및 구강위생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