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만남도 삼켜버린 ‘코로나 격리’

입력 2020-11-08 18:38
서울 강남구 한 요양병원에서 보호자와 환자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인사하고 있다. 곽경근 쿠키뉴스 대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의 마지막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달라진 임종환경으로 인해 의료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면회 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표적이다. 대다수 의료기관은 임종기에 접어든 환자와 가족의 면회를 허용하고 있지만 보호구 착용, 면회 가능 인원 등의 제한을 엄격히 두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임종 전만큼은 1인실 병실에서 방역수칙에 따라 가족들의 면회를 허용했다. 원칙적으론 감염병 상황에 따라 보호자 1인만 면회가 가능하고 중환자실은 면회가 아예 불가하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1인실 병실 입원 환자는 병실에서, 중환자실 환자는 중환자실 내에서 면회를 허용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치료 중 위독한 상태로 진행돼 임종을 앞둔 환자는 처치실로 옮겨 짧은 면회만 허용하고 있다. 임종 전 면회는 가족에 한해 최대 2명까지 가능하다. 의정부성모병원도 예외적으로 임종기에 접어들기 전 의식이 잠깐 돌아오는 경우 의사 판단 하에 1회 정도 직계가족이 5종 보호구를 착용한 상태로 면회할 수 있다. 의식이 없고 임종실로 옮겨진 상태라면 2명까지만 임종을 지켜볼 수 있게 했다.

생애 마지막 시기임에도 직접 대화를 하거나 손을 잡고 얼굴을 맞대는 스킨십조차 쉽지 않은 탓에 환자와 가족들의 속병도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임종기 환자는 불안을 호소하고, 가족들도 환자의 마지막 모습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사별 트라우마'를 겪는 것이다.

유신혜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는 “가족들은 병원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환자는 혼자 임종을 맞는 경우도 적지 않다. 통상적인 좋은 죽음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며 “가장 안타까운 사례는 응급실 임종이다. 응급실은 편안한 임종 장소가 아니다. 따로 장소를 확보하기 어렵다보니 가족들이 응급실 앞에 모여 출입카드를 바꿔가며 임종 직전 환자의 얼굴만 보고 나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응급실 사망은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서울대병원의 사망 장소별 사망자 분포를 분석한 결과, 응급실 사망자 비율이 전년보다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7%였던 응급실 사망자 비율이 26.8%로 오른 것이다. 유 교수는 “위독한 상황에서 응급실로 옮겨진 환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거나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이 제한돼 시간을 보내다 임종을 맞는 경우가 늘어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말기 암환자들의 임종 돌봄을 제공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기관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부족해진 상황이다. 특히 국공립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기관들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는 바람에 호스피스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팀장 라정란 수녀는 “국공립의료기관 위주로 호스피스 서비스가 이루어지다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감염병 환자만 받으면서 호스피스 병동이 문을 닫는 일도 많았다”며 민간 의료기관의 호스피스센터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의료현장에서는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에 철저한 ‘임종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죽음을 맞을지 사전에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임종을 원한다면 임종 돌봄을 위한 의료기관을 먼저 정해야 한다.

임종이 임박했다면 ▲가족 대표 정하기 ▲면회 우선순위 정하기 ▲편지나 영상통화 등 비대면 인사 준비 등이 필요하다. 또한 가정에서 임종을 원하는 경우에는 ▲의학적으로 집에서의 임종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담당의사에게 미리 소명서 받아두기 ▲임종 전 장례식장과 장례절차 상의 ▲사망진단 받을 병원 확인 등을 점검해야한다.

전미옥·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romeok@ku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