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에 경증환자까지 몰리면서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너무 작은 페널티 규모와 산정특례 제도의 허점을 노리는 사례 때문에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달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증환자를 봐야 할 대형병원에서 경증환자를 진료하면 연간 300억원 정도의 의료질평가지원·종별가산금 지원이 제한되는데, 작년 전체 대학병원 외래총수익은 9조800억원이다. 수익과 비교해 페널티가 언 발에 오줌 누는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정부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경증환자를 진료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고, 중증환자 진료시에는 수익을 보도록 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병원 입장에서 필요 이상의 경증환자를 볼수록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페널티 제도에는 공감을 하지만 규모가 너무 작다”며 “큰 병원의 경우 300억원이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는데, 금액에 차이가 나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산정특례 적용을 받는 중증질환자가 경증질환까지 대형병원에서 받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산정특례(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 제도)란 진료비 부담이 큰 중증질환에 대해 환자 본인부담금을 5~10%로 줄여주는 제도다. 중증질환으로 인해 합병증 등이 발생할 경우 동반질환에도 특례를 적용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를 이용해 대형병원에서 경증진료를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 교수는 “산정특례를 받는 암환자가 해당 병원에서 고혈압 등 다른 치료를 받는 경우 이를 ‘암’과 함께 묶어서 5% 본인부담을 적용하는 식”이라면서 “동네의원으로 가면 오히려 외래 본인부담금 30%가 발생하기 때문에 진료를 받던 대형병원에서 치료하는 게 더 싸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료 받던 환자에게 갑자기 (경증질환이라고) 돈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임상적으로도 산정특례 대상 질환으로부터 발생한 질환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도 어려워서 특례 적용은 의사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정부는 산정특례가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적용되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산정특례 질환으로 인해 당뇨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이 주진단명을 특례 적용 질환으로 청구하면 이를 구분하기 어렵다”면서 “심사에서 잡아내기도 쉽지 않아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신 대형병원의 책임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페널티 규모가 작아서 경증환자 외래진료를 계속 유지한다면 다른 평가에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경증환자 비율이 강화됐는데, 회송을 열심히 할 경우 경증환자 비율을 일부 빼주는 등의 방식을 적용할 것이다. 병원입장에서도 상급종합병원 지정이나 의료질평가 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환자 회송 노력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
대형병원 환자쏠림 부추긴다
입력 2020-11-09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