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개표는 온종일 엎치락뒤치락 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초반에 맹렬한 기세로 앞서갔다. 하지만 개표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으로 기록적으로 늘어난 우편투표 개표가 진행되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 따라잡혔다. 바이든 후보는 투표 다음 날인 4일 오전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에서 역전에 성공하면서 승리의 희망을 키웠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누구의 손도 들어주기 어렵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스트벨트’의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네소타주와 조지아주, 네바다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6개 주가 아직 승리자를 확정하지 못했다.
펜실베이니아 100만표 이상 남아
미국 언론들은 펜실베니아주를 이번 대선 최대 경합주로 꼽으며 펜실베이니아의 승자가 이번 대선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는 이날 오전까지도 승자가 확정되지 않았다. 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수백만명의 우편투표자 표심이 어디로 향했는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예정이다.
4일 오전 10시 현재 펜실베이니아의 개표 진행 상황은 76%에 머물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7만여표를 얻어 득표율 54.7%를 기록했다. 바이든 후보는 239만여표(43.9%)로 한참 뒤지고 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하다고 보겠지만 남은 개표가 우편투표라는 점 때문에 승자를 확정하기가 어렵다. 펜실베이니아는 주 규정에 따라 선거 당일 투표가 종료된 후에야 우편투표지를 개봉할 수 있다. 게다가 투표 종료 후 사흘 안에 도착한 우편투표 용지까지 유효표로 집계될 수 있도록 했다. 우편투표가 집계에 반영되는 시점이 현장투표보다 훨씬 느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개표되는 우편투표 결과에 따라 전체 득표율은 뒤집힐 수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는 전날 오전 기준 250만장 이상의 우편투표지를 접수했다. 이중 160만장 이상을 민주당 유권자 표로, 58만6000여장을 공화당 표로 폴리티코는 추정했다. 일부 카운티를 빼고 우편투표 개표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최종 득표수는 트럼프 343만6000장, 바이든 375만장으로 바이든이 근소하게 앞선다. 초박빙이긴 하지만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4만4292표(0.72% 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것을 생각하면 적은 표가 아니다.
민주당 소속의 톰 울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아직 개표되지 않은 우편투표가 100만 표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구가 많은 펜실베이니아 내부 도시 지역 개표 현황이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역전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도시 지역이 교외 지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개표 90% 넘어 역전 속출
폭스뉴스에 따르면 위스콘신주에서는 이날 오전 5시 현재 개표가 95% 이뤄진 상황에서 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뒤지던 바이든 후보가 역전에 성공했다. 개표가 81% 진행된 시점에서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4.0% 포인트 앞섰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위스콘신 최대 도시 밀워키에서 16만9000표의 사전투표가 개봉되면서 민주당 측 기대대로 역전이 이뤄졌다.
미시간주에서도 개표가 90% 이뤄진 시점에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결국 추월했다. 바이든 후보는 49.3%로 트럼프 대통령을 0.2% 포인트 차로 앞섰다. 앞서 미시간주 개표가 절반 가량 이뤄졌을 때 두 사람의 득표 차가 9.8% 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 후보가 엄청난 뒷심을 발휘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개표가 남은 우편투표에서 민주당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든 후보가 미시간에서도 역전극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편투표의 특수성을 감안해 이번 대선의 키를 쥐고 있는 러스트벨트 3개 주의 최종 개표까지 2~3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부 경합주인 조지아 상황도 심상치 않다. 개표가 92% 완료된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득표율 50.5%를 기록해 바이든 후보를 겨우 2.2% 포인트 앞서고 있다. 역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NYT는 조지아의 경우 흑인 밀집지역인 애틀랜타 지역 개표가 남아있어 바이든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조지아가 바이든에게 넘어갈 확률은 64%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매직 넘버까지 32명
폭스뉴스의 대선 개표 현황 지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바이든 후보는 선거인단 238명을 확보한 상태다. ‘매직 넘버’인 270명까지 32명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인단 213명을 확보해 매직 넘버까지 57명 남았다.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곳 중 6곳 중 펜실베이니아(20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 조지아(16명)의 경우 누가 승리해도 이상할 게 없는 초박빙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현재 상황에서 두 후보의 ‘승리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려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무조건 승리한 뒤 나머지 5개 주 중 3곳에서 이겨야 한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이기지 못할 경우엔 나머지 5개 주를 싹쓸이해야 백악관에 재입성할 수 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6개 주 중 3곳을 가져가면 승리를 확정할 수 있다.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위스콘신과 미시간을 확실히 지키고 네바다에서 이긴다면 펜실베이니아 개표 결과에 상관없이 바이든이 당선될 수 있다는 게 로이터통신의 분석이다.
이형민 김지훈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