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투표 열자 위스콘신 역전… 바이든, 막판 뒷심 발휘

입력 2020-11-04 23:21 수정 2020-11-05 01:30

미국 대선의 승패를 결정할 경합주 개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과 달리 맹렬한 초반 기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기록적인 우편투표가 이뤄진 만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역전 가능성도 여전히 상당하다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사전투표 개표 완료까지는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CNN방송은 4일(현지시간) ‘러스트벨트’ 3개 주인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주와 조지아주 등 마지막 4대 격전주 곳곳에서 우편투표 개표가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어 여전히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미 대선의 운명을 가를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는 투표일 다음 날인 이날 새벽까지도 승자가 확정되지 않았다. 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수백만명의 우편투표자 표심이 어디로 향했는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예정이다. 현지 언론들은 펜실베니아주의 승자가 이번 대선의 최후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4일 오전 3시30분 현재 펜실베이니아의 개표 진행 상황은 64%에 머물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5만여표를 득표해 득표율 56.4%를 기록했다. 바이든 후보는 215만여표(42.4%)를 얻어 크게 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시되는 상황이지만 문제는 우편투표다. 펜실베이니아는 주 규정에 따라 선거 당일 투표가 종료된 후에야 우편투표지를 개봉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로 급증한 우편투표량을 감안해 선거 종료 후 사흘 안에 도착한 투표용지까지 유효표로 집계될 수 있도록 했다. 우편투표가 집계에 반영되는 시점이 현장투표보다 훨씬 느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개표되는 우편투표 결과에 따라 전체 득표율은 뒤집힐 수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는 전날 오전 기준 250만장 이상의 우편투표지를 접수했다. 이중 160만장 이상을 민주당 유권자 표로, 58만6000여장을 공화당 표로 폴리티코는 추정했다. 일부 카운티를 빼고 우편투표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최종 득표수는 트럼프 343만6000장, 바이든 375만장으로 바이든이 근소하게 앞선다. 초박빙이긴 하지만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4만4292표(0.72% 포인트) 차이로 승기를 거머쥔 것을 생각하면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민주당 소속의 톰 울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아직 개표되지 않은 우편투표가 100만 표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구가 많은 펜실베이니아 내부 도시 지역 개표 현황이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역전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도시 지역이 교외 지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위스콘신주에서는 이날 오전 5시 현재 개표가 95% 이뤄진 가운데 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뒤지던 바이든 후보가 역전했다. 개표가 81% 진행된 시점에서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4.0% 포인트 앞섰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위스콘신 최대 도시 밀워키에서 16만9000표의 사전투표가 개봉되면서 민주당 측 기대대로 역전이 이뤄졌다. 다만 바이든 후보는 위스콘신에서 49.6%를 득표해 트럼프 대통령을 불과 0.7% 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두 후보 간 표차가 2만여표에 불과해 언제 다시 승패가 뒤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한 어린이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포스터를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시간주에서도 개표가 90% 이뤄진 가운데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49.4%를 득표해 바이든 후보를 불과 0.3% 포인트 차로 리드하고 있다. 앞서 미시간주 개표가 절반 가량 이뤄졌을 때 두 사람의 득표 차가 9.8% 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 후보가 엄청난 뒷심을 발휘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개표가 남은 우편투표에서 민주당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든 후보가 미시간에서도 역전극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편투표의 특수성을 감안해 이번 대선의 키를 쥐고 있는 러스트벨트 3개 주의 경우 최종 개표에 2~3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부 ‘선벨트’ 경합주인 조지아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개표가 92% 완료된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득표율 50.5%를 기록해 바이든 후보를 단 2.2% 포인트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곳에서도 역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NYT는 조지아의 경우 흑인 밀집지역인 애틀랜타 지역 개표가 남아있어 바이든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조지아가 바이든에게 넘어갈 확률은 64%라고 전망했다.

폭스뉴스의 대선 개표 현황 지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바이든 후보는 선거인단 238명을 확보한 상태다. ‘매직 넘버’인 270명까지 32명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인단 213명을 확보해 매직 넘버까지 57명 남았다.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곳 중 러스트벨트 3개 주와 조지아와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6개 주가 아직 승리자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중 펜실베이니아(20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 조지아(16명)의 경우 언제 결과가 변해도 이상하지 않은 초박빙 지역이다.

미 대선이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상황에서 로이터통신은 두 후보의 ‘승리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려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무조건 승리한 뒤 나머지 5개주 중 3곳의 선거인단을 확보해야 한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이기지 못할 경우에는 나머지 5개주를 싹쓸이해야 백악관에 재입성할 수 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6개주 중 최소 3곳을 가져가면 승기를 거머쥘 수 있다.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위스콘신만 확실히 가져간다면 조지아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중 한 곳만 가져가도 바이든이 당선될 수 있다는 게 로이터통신의 분석이다.

이형민 김지훈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