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두산이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와 7년 만에 맞붙은 가을야구 첫 판에서 안정적인 투구와 화끈한 타격을 앞세워 승리했다.
두산은 4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시즌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대 0으로 승리했다. 프로야구 사상 29차례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자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86.2%(25차례)다. 올해처럼 3전 2선승제로 치러진 16차례의 준플레이오프에선 1차전 승자의 최종 승리 확률이 100%다. 그만큼 두산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제 남은 두 경기 중 한 번만 이기면 플레이오프로 넘어간다.
반면 LG는 5일 같은 장소로 편성된 2차전부터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LG 선발투수로 지명된 타일러 윌슨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두산 선수단은 경기 전부터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김태형 감독과 선수들은 LG를 ‘한 지붕 맞수’로 의식하면서도 “하던 대로 하자”며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LG와 상대 전적을 9승 1무 6패로 앞선 두산이다. 이런 분위기가 선발투수 크리스 플렉센의 어깨도 가볍게 만들었다.
플렉센은 연신 강속구를 뿌려 경기를 지배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6이닝 동안 공 106개를 던지면서 삼진을 11개나 잡아내는 위력을 발휘했다. 이 틈에 허용한 안타는 단 4개. 전체 투구에서 직구만 68개를 던져 50개의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냈다.
그동안 두산의 강타선은 LG 마운드를 연신 흔들었다. 가을야구 경험이 없는 신인 이민호부터 표적으로 삼았다. 두산 리드오프 허경민은 1회말 첫 타석에서 이민호의 투구에 몸을 맞고 출루했다. 이어 후속타자 호세 페르난데스는 이민호와 2구째 승부에서 투런 홈런을 때렸다. 페르난데스는 이 홈런으로 결승타를 쳐 경기의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이민호는 불과 3개의 공을 던지고 2점을 빼앗겼다.
이민호에게 운도 따르지 않았다. 4회말 1사 1·3루 위기에서 우중간으로 높이 뜬 두산 9번 타자 오재원의 타구가 담장을 맞고 떨어지면서 LG 우익수 이형종은 공을 놓쳤다. 이 틈에 두산 3루 주자 박세혁은 홈을 파고들어 점수를 3-0으로 벌렸다. 이민호는 후속 타자 허경민에게 다시 몸에 맞는 공을 던지고 강판됐다. 이민호는 3⅓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3실점하고 패전했다.
두산의 6회말 1사 2루에서 오재원은 좌중간 적시타를 쳐 점수를 4-0으로 벌리고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LG 타선은 마운드 붕괴를 만회하지 못했다. 1루에서 좀처럼 진루하지 못해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5회초에야 처음으로 2루까지 도달해 베테랑 박용택을 대타로 보냈지만 허사였다. 박용택은 1구에 내지른 타격이 2루수 땅볼 아웃으로 잡혔다.
김 감독은 1차전을 승리한 뒤 “유리한 상황이 됐다. 플렉센의 투구를 염려했는데, 생각보다 잘 던졌다. 타자들도 중요한 순간에 달아나(점수를 벌려) 좋은 경기가 됐다”며 “2차전에서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잘 던져 승기를 잡으면 총력전을 펼쳐 이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구자로 두산의 에이스였던 더스틴 니퍼트가 등장해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니퍼트는 2011~2017년 두산을 거쳐 2018년 KT 위즈에서 은퇴할 때까지 통산 102승51패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했다. 두산은 2015년 니퍼트를 앞세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