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 나가지 말라” 전화 폭주에 총격도, 혼돈의 미국

입력 2020-11-04 23:29
연합뉴스TV 제공

미국 대통령선거 개표가 진행되는 중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지지자들 간 충돌이 빚어졌다. “나가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의문의 전화, “투표용지가 폐기됐다”는 주장을 담은 ‘가짜뉴스’도 기승을 부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승리를 선언하는 글을 올렸다가 ‘가림’ 처리됐다.

블룸버그통신과 AP통신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근처 BLM(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광장에서 1000여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이곳은 우리의 거리” “우리가 정의를 얻지 못하면 그들은 평화를 얻지 못할 것” 등의 구호를 외쳤다.

블룸버그는 시위대에 속한 흑인 한 명이 백악관으로 행진하던 중 버스정류장 지붕에 올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옷을 입은 여성에게 거리를 떠나라고 소리치고 폭행을 가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일부 시위자가 주차된 경찰차 타이어에 구멍을 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투표소인 농구경기장 스테이플센터 밖에서 집회가 벌어졌고 이를 불법으로 규정한 경찰의 해산명령에 응하지 않은 시위자 수 명이 체포됐다. 약 100명 규모의 시위대가 고속도로에서 행진을 시도하면서 경찰이 저지에 나서는 일도 발생했다. 워싱턴주 시애틀과 뉴욕주 뉴욕시 등에서도 산발적 시위가 벌어졌다.

미연방수사국(FBI)은 대선 당일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집 밖에 나가지 말라”는 전화가 걸려온데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이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 전화에는 선거, 투표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여성으로 추정되는 합성된 목소리로 “집에 있어야 할 때다. 안전하게 집에 있어라”라는 말만 흘러나왔다. 미 국토안보부(DHS)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까지 이 전화의 발신자나 목적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로이터는 최소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의 미국인이 이 전화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전화는 지난 11개월간 수백만통 이상 걸렸지만, 유독 선거 당일 급증했다고 알려졌다.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이날 부정선거가 의심된다는 가짜뉴스가 급격히 전파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한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펜실베이니아 이리 카운티 투표소에서 근무한다고 주장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찍은 100여장의 투표용지가 벌써 폐기됐다”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칼 앤더슨 이리 카운티 선관위원장은 이 게시물이 온라인에 퍼지자 성명을 내고 “허위 정보를 올린 사람은 이리 카운티의 등록 유권자도 아니고 주민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지 경찰은 가짜뉴스 유포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오전 0시 50분쯤 트위터에 “우리가 크게 이겼다”며 “그들(민주당)이 선거를 훔치려고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이 그러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투표시간이 종료된 뒤 표를 던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위터는 곧바로 ‘보기’ 버튼을 클릭해야 해당 트윗을 읽을 수 있도록 글을 가림 처리했다. 가림 처리 안내문에는 “선거 또는 다른 공적절차에 참여하는 방법에 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시간 게재한 “오늘 밤 입장을 발표할 것이다. 큰 승리!”라고 적은 트윗은 가림처리되지 않았다.

문동성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