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릴로 “장이야” 주니오 “멍이야”… 현대家 진땀 더비

입력 2020-11-05 04:08
울산 현대 공격수 주니오(왼쪽 두 번째)와 전북 현대 수비수 홍정호(왼쪽 세 번째)가 4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에서 뜬공을 다투고 있다. 두 팀은 1대 1로 비겼다. 우승자는 오는 8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차전을 통해 가려진다. 연합뉴스

또다시 무너질 수 없다는 결의가 드러난 한판이었다. 앞서 맞수 전북 현대에 3연패하며 무기력하게 K리그1 우승컵을 내줬던 울산 현대가 FA컵 결승 첫번째 대결에서는 무승부를 거두며 승부를 2차전으로 가져갔다.

울산은 4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 홈경기에서 전북에 후반 시작과 함께 선제실점 했으나 이후 주니오가 동점골을 넣어 1대 1로 비겼다. 올 시즌 전북 상대 전패의 위기에서 반전한 결과라 의미가 있다. 반면 전북은 적진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원정 다득점 이점을 안은 채 ‘더블’(한 시즌 2개 대회 우승)의 불씨를 살려놨다.

후반 초반까지만 해도 울산은 그동안 당해온 무기력한 패배를 반복하는 듯했다. 전북은 K리그1 MVP 후보 손준호를 중심으로 미드필드 지역에서 특유의 강력한 압박을 내세워 울산을 찍어눌렀다. 이 압박 탓에 울산은 역습에서도 최전방까지 패스가 살아나가지 못해 장점인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울산의 수비진이 연이어 몸을 던지지 않았다면 쉽게 승부가 기울 뻔했다.

전북은 전반 골대를 3번이나 맞췄다. 전반 초반 전북 미드필더 쿠니모토가 왼발 중거리를 때린 게 울산 골대 상단을 강타한 뒤 울산 골키퍼 조현우의 어깨를 맞고 나갔다. 이어 김보경이 정면에서 오른발로 감아찬 슛이 울산 오른쪽 골대 상단 구석을 때렸고, 전반 막판에는 무릴로가 작정하고 때린 직선 중거리슛이 오른쪽 골대를 흔들어놨다.

계속해서 밀어붙이던 전북은 후반 시작과 함께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오른쪽 측면에서 쿠니모토가 왼발 크로스를 올리자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바로우가 가슴 트래핑 뒤 다시 골문 정면에 공을 툭 밀어줬고, 이를 무릴로가 뛰어오면서 그대로 왼발로 골망에 꽂아넣었다. 울산이 또다시 굴욕적인 패배를 반복하나 싶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실점 뒤 울산은 숨겨온 발톱을 드러냈다. 중원에서 고전하던 주장 신진호를 빼고 공격적 성향인 이동경을 투입한 울산은 과감하게 중원을 생략한 채 전방으로 직선적인 패스를 때려넣기 시작했다. 이동경은 잔디를 밟자마자 위협적인 중거리 발리슛을 날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이동경이 중원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을 계기로 울산은 전북을 밀어붙였다.

반격의 결과물은 곧바로 나왔다. 측면에서 공중볼 경합 중 튕겨나온 공을 중원에서 울산 플레이메이커 윤빛가람이 상대 수비 뒤로 침투하는 주니오에게 절묘하게 찔러줬다. 리그 득점왕 주니오는 이날 내내 끈질기게 따라붙은 전북 수비수 김민혁을 뒤로 하고 침착하게 슈팅을 날렸다. 낮게 깔아찬 슈팅은 황급히 튀어나온 올림픽대표팀 수문장 송범근의 가랑이를 지나 골문을 갈랐다.

울산은 계속해서 전북을 밀어붙였으나 역전에 이르지는 못했다. 전반 25분 주니오가 문전 혼전 상황에서 다시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후반 막판에도 교체 투입된 최고참 이근호가 다시 슈팅 기회를 잡았지만 전북 수비진이 몸을 던지면서 이를 끝까지 막아낸 뒤 그대로 경기가 종료됐다. 울산으로서는 무기력하게 보낸 전반이 아쉬워지는 결과였다.

양 팀은 나흘 뒤인 8일 전북 홈경기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차전을 벌여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최종 승자를 결정한다. 이후 국가대표팀 소집 기간을 거친 뒤 두 팀 모두 카타르로 이동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예선을 치른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