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선 여부가 달린 이번 대선에서 예상밖의 선전을 했다. 여론조사기관들은 최근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10% 포인트 가까이 뒤처졌으며 6대 핵심 경합주에서도 열세라는 분석을 내놨었다. 개표 초기 플로리다주 등 핵심 경합주에서 바이든 후보가 치고 나가며 이런 예측이 들어맞는 듯 했지만 투표함이 열릴수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가 쏟아지며 잇달아 판세가 뒤집어졌다.
다만 우편투표 개표가 마지막 변수로 남아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북부 ‘러스트벨트’ 경합주에서 민주당 지지자 비중이 높은 우편투표 개표가 본격화되면서 바이든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투표일 다음날인 4일(현지시간) 오전 개표부터 러스트벨트의 인구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바이든 후보에게 몰표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인단 29명이 배정된 플로리다주에서 51.2%를 득표하며 47.8%에 그친 바이든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 초반까지 바이든 후보에게 근소하게 밀리다가 중반부터 맹추격에 나서 개표율이 80%를 넘을 무렵 역전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합주 중 선거인단이 가장 많이 배정된 플로리다주를 얻으며 승리를 향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에서 승리를 거둔 배경에는 쿠바계 미국인의 지지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NBC방송 출구조사에 따르면 쿠바계 미국인의 55%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바계 미국인은 1950년대 쿠바혁명을 피해 미국에 정착한 이민자들이어서 보수 성향이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구호인 ‘미국 우선주의’ ‘반(反)사회주의’가 이들에게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직후부터 플로리다주의 쿠바계 미국인에게 많은 공을 들였다”며 “이번 선거에서 그 보상을 받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플로리다주는 애리조나주, 노스캐롤라이나주와 함께 남부 ‘선벨트’ 경합주로 꼽힌다. 여론조사기관 상당수는 바이든 후보가 선벨트에서 근소한 격차지만 모두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빗나간 셈이다. 플로리다주를 확보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인단 15명이 걸린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개표율 95% 기준 50.1%를 얻어 사실상 승리를 확정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애리조나주에서 고전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율 86% 기준 애리조나주에서 46.8%를 득표해 51.8%를 얻은 바이든 후보에게 5% 포인트 뒤쳐졌다. 선거인단 11명이 배정된 애리조나주는 1950년대 이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공화당 대선 후보의 손을 들어줬던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리조나주를 상실할 경우 대선 패배의 단초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벨트 경합주 판세의 윤곽이 잡히면서 승부의 향방은 북부 러스트벨트 경합주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주에서 갈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스트벨트 경합주를 석권하면 지난 대선에 준하는 압승을 거두게 된다. 반대로 바이든 후보가 선전할 경우 선벨트에서의 열세를 만회하며 반격할 기회를 얻는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텃밭’으로 간주되는 텍사스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중반까지 열세에 놓여 눈길을 끌었다. 텍사스주는 선거인단 38명이 걸려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경합주를 모두 석권해도 이곳을 잃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바이든 후보는 개표 초반 트럼프 대통령에게 20% 포인트 가까이 앞서나가다 개표율이 50% 넘을 무렵 역전을 허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오전 6시 기준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 테네시주, 미주리주 등지에서 승리를 확정지으며 선거인단 213명을 확보했다. 바이든 후보는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 뉴욕주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동·서부 해안 지역의 지지를 바탕으로 선거인단 227명을 얻었다. 선거 결과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지역은 펜실베이니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 미시간주 등 9개 주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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