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바이든도 “내가 이겼다”… 승자는 안갯속

입력 2020-11-04 23:13
미국 대선 투표가 끝나고 개표가 진행 중인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위 사진).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델라웨어주 웰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선거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연설을 한 뒤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3일(이하 현지시간) 밤 승자는 발표되지 않았다. 미국의 주요 언론사 중 어디도 승자를 확정해 호명하지 못했다. 대신 이날 자정을 지나면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승리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불복할 가능성을 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선 이후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해 대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새벽 백악관에서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등 접전지 개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승리를 조기에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연방대법원으로 갈 것”이라며 우편투표 문제에 대해 법적 소송을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모든 투표가 멈춰지기를 원한다”며 “우리는 새벽 4시에 투표지가 발견되거나 그것들이 개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가 사기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선거 당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만 집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18개 주에서는 대선 당일 또는 대선 전날까지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 용지에 한해 투표일 이후에도 개표하는 것을 허용하는데, 이를 사기라고 비판하며 소송을 걸겠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일제히 비판했다. AP통신은 “부정선거가 이뤄진 증거는 없다”면서 “우편투표는 대선 이후 집계되는 것이지 대선 끝난 이후 투표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화된 연방대법원을 정치 문제에 끌여들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바이든 후보가 대선과 관련해 짧은 연설을 한 뒤 나왔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자정을 넘긴 직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짧은 연설회를 갖고 “우리는 대선 승리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례가 없었던 우편투표와 사전투표 개표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 “모든 표가 개표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에서 승리한 것을 비롯해 격전지에서도 예상보다 훨씬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승패를 결정하는 숫자인 ‘선거인단 270명’에 도달한 후보는 아무도 없다. 몇몇 핵심 경합주들의 개표가 늦어지면서 승자 확정이 지연되고 있다. 이날 오전 5시30분 현재 최대 접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의 개표율이 74%에 머무는 등 개표 지연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대선의 최종 결과가 언제 발표될지 알 수 없다”고 전망했다. 특히 펜실베이니주는 대선 당일인 3일 소인이 찍혀 있는 우편투표의 경우 이번 주 금요일인 6일 도착분까지 개표한다. 이에 따라 개표 결과가 나오기까지 앞으로 2∼3일 더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승자 발표가 늦어지면서 당선인 공백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또 앞으로 이어질 우편투표 개표에서 결과가 뒤집혀질 경우 패배자가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대선 문제가 법적 소송으로 이어져 무정부 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측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면서 충돌하고 대도시에 폭동이 일어나면서 미국이 대혼돈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